사랑의 각 단계마다 도파민, 페닐에틸아민과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호르몬 때문에 사랑은 열정적이다가 안정적이다가 시들해진다. 사랑을 느낄 때 뇌에서 ‘큐피드의 화살’로 비유되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콩깍지를 씌워 이때는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예뻐 보인다. 성격이나 인간성을 평가하려는 욕구보다 애착을 느끼려는 본능이 강하게 작용해 웬만한 허물에는 눈이 먼다. 사랑에 빠졌을 때 도파민에 의해 정신이 사로잡힌다면 몸은 페닐에틸아민에 의해 포로가 된다. 열정적 사랑의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은 이성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을 분출시켜 사람을 몽롱하게 하는가 하면 딴 일은 거의 못 하고 온통 사랑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다가가 끌어안고 자기 소유로 하고 싶은 충동과 집착에 빠져 거칠 것 없이 행동하려는 용기가 생긴다. 특히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해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고 눈에서는 불꽃이 튄다. 금방 헤어졌는데 또 보고 싶고, 방금 전화를 끊었는데 목소리를 또 듣고 싶게 만든다. 식욕 억제제와 비슷한 효과 때문에 배고픈 줄도 모른다. 이처럼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황홀감을 안겨 주지만 아무리 길어봤자 2~3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정상으로 돌아오면 설레던 감정이 사라지는데, 남성에게서 더 빨리 나타난다. 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로토닌 결핍 탓에 자제력을 잃고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이 또한 6개월에서 3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호르몬의 약발이 떨어지면 이어 엔도르핀이 분비돼 안정을 되찾아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처음 만날 때 같은 뜨거운 것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파트너를 3년에 한 번씩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생 뜨겁게 살 수만은 없으니 정으로 살면서 또 다른 사랑의 호르몬을 분비시키면 된다. 가슴 뛰게 하는 페닐에틸아민과 도파민은 유효기간이 있지만 마음에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엔도르핀은 유효기간이 따로 없다. 옥시토신, 엔도르핀, 성장호르몬은 섹스를 할 때 분비되기 때문에 계속 행복하고 싶다면 섹스를 하면 된다. 사랑을 나눌 때 솟아나는 쾌감 호르몬은 엔도르핀이고, 사랑의 완성 단계에서 흐르는 최상의 애정 호르몬은 옥시토신이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동안 옥시토신은 혈중 농도의 5배까지 급상승하는데, 남녀가 안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포옹의 화학물질’이며 더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사랑의 묘약이다. 옥시토신은 뜨거운 열정이 사라진 후에도 은은한 사랑을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일부일처제를 유지할 수 있다. 연인들만 ‘밀당’을 할 게 아니라 부부도 서로 호기심을 자극해 궁금하고 감질나게 만들어야 한다. 자꾸 변화를 줘 예측 불가능하게 해야 사랑이 오래간다. 오늘은 절개 지키는 춘향이나 장미향으로 유혹한 클레오파트라처럼, 내일은 방중술로 죽여주는 양귀비나 팜므파탈처럼 매혹적인 악녀로 변장해야 한다. 바깥 사람을 만나야 쏟아진다는 화끈한 호르몬 도파민이나 페닐에틸아민을 그리워하는 대신 아쉬운 대로 땀구멍에서 촉촉한 물기가 배어나도록 사랑하고 팍팍 쏟아지는 엔도르핀과 옥시토신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