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42.

오완선 2013. 12. 24. 20:46


 


예전에는 아내가 직업을 가지려면 남편이 ‘허락을 해 주셔야’ 할 수 있었다. 여자가 나가서 벌면 얼마나 벌겠느냐면서 집에서 애들이나 잘 키우라고 윽박지르거나, 완벽하게 집안 살림 다 잘할 자신 있으면 슬슬 해보라고 평가 절하했지만 이제는 아내의 직업을 존중하는 추세다. 혼자 벌어 잘 먹이고 잘 입힐 자신도 없거니와 삶의 질을 위해서도 아내가 벌어와 주면 감사하고, 그만둔다고 할까 봐 겁나는 남편이 꽤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62만 有배우자 가구 중 맞벌이부부는 507만가구(43.6%)이고 이 중 주말부부는 44만가구(8.6%)다. 총리실 조사 결과 세종시로 가는 공무원도 가족 동반 이주자는 51%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단독 이주 37%, 출퇴근 12%였다.

말이 주말부부지, 매주 만나는 부부도 있지만 그게 여의치 않아 뜨문뜨문 만나는 부부도 많다. 손님처럼 오신 남편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고 힘들다고 시시콜콜 말할 수도 없어 참다 보면 어정쩡한 부부관계에 스트레스만 팍팍 쌓인다. 그런데 떨어져 생활한다는 것은 부부가 신뢰가 있는 관계를 유지할 때 가능하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맞다. 떨어져 있으면 배우자 역할에 소홀하기 쉽기 때문에 친밀감과 애정을 더미로 퍼부어야 한다. 주말부부는 얼굴 보고 대화하기보다는 주로 전화로 하다 보니 위로가 되는 대화보다 급히 해결할 문제만 말하다 보면 말다툼을 하게 되고, 제대로 화해하기도 어려워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아내는 직장에서 돌아오면 동동거리며 가사노동하고 아이들 신경 쓰느라 파김치가 되지만, 남편은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썰렁한 거실에 앉아 줄담배만 피워댄다. 그래서 퇴근하려는 부하직원을 술 한잔 하자며 꼬드기기 때문에 동료 부인들에게 원성을 사는 일이 비일비재다.

남자가 혼자 있으면 밟을 지뢰도, 노리는 킬러도 많다. 잠깐 삐딱한 생각을 갖기 쉽지만 달콤함은 순간이고 가정은 쑥대밭이 될 수도 있다. 남편과 떨어져 사는 대부분의 아내들이 제일 먼저 걱정하는 것이 바로 여자 문제다. 주말에 만나면 양복을 살피거나 휴대폰을 뒤지고 뭔가를 찾아내려고 애쓰고, 떠보고, 트집 잡다가 애틋해야 할 아까운 시간을 써늘하게 보내기도 한다.

‘친밀성의 변모’라는 책의 저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부부는 순수한 사랑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위험한 관계라고 했다. 순수한 관계란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고 서로 발가벗은 상태에서 사랑하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니 남편은 비축해 뒀던 힘으로 아내에게 밤일을 잘해줘야 하고, 자기가 그 사이에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동안 못 했던 것을 한꺼번에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는 정작 욕구가 생길 때는 남편이 옆에 없고, 남편 온다고 청소하랴, 반찬 장만하랴 뼛골이 빠지지만 남편이 바람피울까 봐 잠자리까지 응해야 하니 내키지 않는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중년에는 너무 익숙해 에로티시즘에 방해가 될 때, 주말마다 회포를 풀면 매번 새롭고 더 화끈해지는 부부가 많다. 바람피울 사람은 주말부부가 아니어도 바람만 잘 피운다. 위기가 기회라면 연애하는 기분으로 짜릿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성경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2.10.18기사입력 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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