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350 년된 혼탕.

오완선 2014. 2. 11. 13:52

벗었다. 홀라당. 아니다. 수건으로 중요 부위는 가렸다. "괜찮겠어요?" 같이 온 기자가 다짐하듯 묻는다. "뭐, 어때요." 애써, 담담한 척이다. 맞다. 이럴 땐 방법이 없다. 뻔뻔해져야 한다. 심호흡. 드르륵. 문을 연다. 무려 40년. 그 기간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왔던 판도라 상자, `남녀혼탕`의 문. 그게 열린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뭐야. 뿌옇다. 탕 안도, 물 속도.

 

◆ 日 아오모리 온천 `스카유`
남녀칠세부동석?? 350년 묵은 혼탕!!

 

온천

350년 역사의 남녀혼탕 쓰카유. 아오모리현의 명물이다.

 

세상에. 속았다. 이건, 아니다. 얼마를 기다렸는데. 어떻게 왔는데. 순간, 왔던 길이 스쳐간다. 일본, 하고도 북도호쿠 지역 삼총사 현 중 으뜸인 아오모리. 그 중심에 있는 휴화산 하코다산 중턱을 넘어 해발 1000m 넘는 곳까지 한달음에 왔다. 촉수는 오직 한 곳에만 쏠렸다. 남녀혼탕 스카유. 게다가, 역사, 무려 350년이다.

 

당연히, 보이는 게 없었다. 20만년 전 화산 분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해발 약 400m에 위치한 도와다호도 그냥 스쳐갔고, 지류로 14㎞를 뻗은 계곡, 오이라세 계류 앞에서는 "사진 좀 찍자"는 동료 기자들에게 "더, 멋진 게 있다. 날 믿으라"는 협박 반, 감언이설 반 회유책으로 통과했다.

 

"아" 하는 탄성이, 모두의 입에서 터져나온 건, 불만이 소형 버스 안을 가득 채울 무렵. 도로변, 앙증맞은 우윳빚 연못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거였다. `지옥의 늪(지고쿠누마)`. 화산 열기에 자연스럽게 데워져, 생명이 살 수 없는 뜨거운 온천으로 변한 곳이다.

잠깐 하차. 다들, 신기한 듯 술렁거린다. 그럴 만도 하다. 온양, 도고 온천 같은 탕이야 많이 봤겠지. 하지만 실제 온천수가 모인 늪은 처음인 게다.

 

지옥의 늪을 지나 5분쯤 더 가면 나오는 곳이 스카유다. 역사만 350년. 아오모리현에서 최고로 치는 남녀혼탕이다.

 

그렇게, 잔뜩 기대를 하며 찾은 곳인데. 정말이지, 아니다. 기자뿐만 아니다. 같이 간 남자 기자들, 단체 `멘붕`이다. 밝고 청명한, 탕 안. 삼다수보다 투명한 온천수 안에서 남녀가 함께 `유유자적` 온천을 즐기는 장면을 상상했을 테니깐.

 

눈치 챈 가이드, 킥킥 댄다. 단체로 째려보자, 1초 만에 답이 튀어나온다. 일본, 대부분 남녀혼탕의 물은 탁한 게 정상이다. 그러니, 편히 목욕 하시란다. 설명대로다. 수증기로 가득 차 있어 시계가 잘 보여야 2~3m 정도인데, 탕 속 물까지 희뿌연 색이다. 째려보고 부릅떠 봤자다. 보일 리 없다. 결국, 무념무상, 마음을 비운 채 탕에 풍덩.

 

사실, 스카유 시설은 열악해 보인다. 70년대 촌구석 욕탕 같은 분위기다. 내부도 마찬가지다. 그저 대형 탕 3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메인 혼탕은 `센인부로(천인풍려)`로 불리는 대욕탕이다. 뭐, 덤덤하다(이미, 실망했으니 기분이 날 리 없다). 탕을 둘러싼 고색창연한 노송 판자가 오랜 역사를 알릴 뿐이다.

 

수질은 산성천이다. 굳이 맛을 볼 필요도 없다. 탕에 들어서면 안다. 시큼한 향이 코끝을 팍팍 찔러와서다. 시큼한 향의 산성천은 예부터 아토피성 피부병과 화상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에도 시대부터 탕치를 위해 많은 남녀가 몰려든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쯤 되면 독자 여러분도 궁금해할, 혼탕 구조. 담백하다. 욕조(유황탕, 맑은 물탕 등 두 개) 가운데 `남자ㆍ여자`라고 쓴 나무 팻말이 가상의 `하프라인`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아쉬운 몇몇 기자들, 물 휘휘 저어보고 난리다. 쯧쯧. 그런다고, 우윳빛 물이 맑아지나. 안 보인다니깐.

 

▶ 스카유 즐기는 Tip=스카유 온천은 1954년 국민온천 제1호로 지정된 아오모리현 제일의 온천이다. 입장료는 600엔. 전통 료칸 구조니, 잠도 잘 수 있다. 방은 158개. 방 타입에 따라 8000엔에서 1만4000엔 사이다. 문의는 북도호쿠 3현 서울사무소 (02)771-6191, beautifuljapan.or.kr

 

◆ 7색 온천 `쓰루노유`
우윳빛·황금빛湯 입맛대로 골라라

 

온천

`설탕(雪湯)` 온천으로 유명한 아오모리현 아소베노모리.

 

북도호쿠 삼각편대 아오모리, 이와테, 아키타현. 이 중에서도 `설탕(雪湯) 온천` 하면 으뜸으로 치는 곳이 아키타현이다. 예까지 와서, 설탕, 그냥 지나칠 순 없다. 아키타 온천 메카는 `뉴토 온천향(乳頭 溫泉鄕)`이다. 쓰루노유를 비롯해 구로유, 마고로쿠, 가니바, 다에노유, 오가마, 규카무라 등 특징이 각기 다른 온천 7곳이 모인 게 독특하다.

 

`자유이용권`을 미리 사 두면 모든 온천에 두루 몸을 담가 볼 수 있다. 역시 대부분 노천 온천은 혼탕(하지만 기대는 말 것. 여기도 뿌옇다).

 

온천 빛깔은 각양각색이다. 쓰루노유ㆍ구로유ㆍ오가마 3곳은 우윳빛. 물결도 우유만큼이나 보드랍다. 철분이 함유된 다에노유는 황금빛 탕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했는데, 기어이 `맑은 물` 찾겠다는 독자들은 가니바ㆍ마고로쿠ㆍ규카무라 3곳으로 가시면 된다.

 

다양한 색상만큼 효능과 경관도 천차만별이다. 전통 일본 료칸 분위기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쓰루노유가 딱이다. 얼어붙은 폭포 절경, 타입이라면 다에노유가 좋다. 구로유는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기기에 으뜸이다. 특히 가니바는 지금 이맘때가 강추다. 노천 온천으로 가는 오솔길에 1.5m짜리 대형 설벽(雪壁)이 쌓인다.

 

도쿄 인근 온천, 료칸 명가는 하코네다. 후지산과 함께 하코네 이즈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니 아찔한 절경까지 덤으로 맛볼 수 있다.

 

이 겨울, 이색적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라면 온천. 탕 성분이 돼지고기 육수니 표현 그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거, 끝내준다. 라면 그릇 모양으로 된 욕조에 몸 푹 담그고 있으면 요리사가 거대한 냄비를 들고 와 라면 국물(돼지 육수)을 쏟아붓는다. 심지어 면도 넣어준다. 물론, 이 면, 합성이다. 돈코츠 라면(돼지 등뼈를 이용해 육수를 만든 일본 라면)에 포함된 콜라겐 성분이 주다.

 

옆에는 `카레 온천` `초콜릿 온천`탕도 있다. 참으로, 맛깔스러운 온천 여행 코스다.

 

▶ 7색 온천ㆍ라면 온천 즐기는 Tip=온천과 료칸 관련 문의는 북도호쿠 3현 서울사무소(beautifuljapan.or.kr)로 하면 된다. 하코네 라멘 온천 1회 가격은 3500엔이다. 먹어도 된다.

 

 

신익수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4.02.05기사입력 201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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