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호텔 연 첫 사례
제주는 특별조례 도입해 가능
水치료·삼림욕 등 시설 갖춰… 2박3일 기본 코스에 120만원
-'의료 관광' 선도할 새 모델
당뇨병·관절염·비만 등 특화… 中·러시아 환자들 유치 기대
제주도 남단, 중문 앞바다와 산방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한라산 중턱. 이곳에 국내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개념의 호텔이 들어섰다. 병원과 건강검진센터, 치료·휴양·웰빙 서비스가 결합한 일종의 메디컬 리조트, 위(WE)호텔이다.9일 낮 호텔 1층 수중 명상 풀(pool)은 보랏빛, 파란빛, 노란빛이 사방을 비추며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은 물속에서 명상과 함께 관절 운동, 스트레칭, 자세 교정 등을 받는 수(水)치료실이다. 자궁 모양을 본뜬 웅장한 돔 천장이 있고, 물 위에 살짝 잠겨 명상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수중 스피커가 설치됐다. 엄마 배 속 태아처럼 원초적 편안함으로 힐링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이런 명상과 수치료를 겸비한 시설은 전 세계적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이곳 두 곳에만 있다. 규모는 여기가 더 크다. 호텔 이름 WE는 물(Water)과 에너지(Energy)를 뜻한다.
-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메디컬 리조트, 위(WE)호텔 야경(왼쪽 사진). 병원과 건강검진센터, 휴양·웰빙 서비스가 결합한 형태다. 오른쪽 사진은 물속에서 명상과 함께 관절 운동, 스트레칭, 자세 교정 등을 받는 수(水) 치료실 모습. /위(WE)호텔 제공·김철중 기자
호텔 한쪽에는 수중 러닝머신 아쿠아 짐(Gym), 바닷물을 끌어온 미세 해수 거품 마사지실, 물속 초음파 등 각종 수치료 장비가 즐비하다. 다른 쪽에는 CT(컴퓨터 단층 촬영), 초음파·내시경 진단실이 갖춰져 있어 다양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객실은 86개, 병실은 17개이다.
WE호텔은 병원이 호텔을 연 국내 첫 사례다. 제주도가 지난 2011년 의료법인도 호텔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특례 조례를 도입했기에 가능했다. 연세대 보건과학대 진기남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의료기술을 내세우는 환자 유치 사업만 해왔는데,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을 접목한 한국형 의료관광 모델"이라며 "제주도는 치유, 휴양, 웰빙 등을 결합한 융·복합 의료 관광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제주 한라병원장이자 WE호텔 사장인 김성수(내과 전문의) 원장은 "국내는 물론 중국·러시아·인도네시아 등을 위주로 관광객과 환자를 유치할 계획"이라며 "해외여행사 조사단이 호텔을 수차례 방문했고, 숙박 문의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휴양을 하면서 재활치료를 원하거나, 당뇨병·관절염·비만·근골격계 질환 등의 만성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주요 유치 대상이다. 수치료를 포함한 2박 3일 기본 코스 비용은 120만원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융·복합 의료 관광이 처음 물꼬를 튼 금년을 2020년 해외 환자 100만명 유치를 위한 원년으로 삼아,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관련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