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오완선 2014. 6. 18. 22:46

성경시대

 

언제 어디서 꺼내도 누구나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섹스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짜고 거짓인지 잘 모른다.

 

한 놈이 매일 하다시피 한다고 떠들어대면, 다른 놈은 하룻밤에도 서너 번씩 한다고 허세 떨고, 한술 더 뜨는 놈은 한 번을 해도 1시간씩 죽여준다고 맞받아친다. 남자들은 실패한 섹스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다들 자기만 지질하고 못난 줄 안다.

 

섹스 모험담은 가장 들키지 않는 ‘뻥’이기 쉽다. 학교나 군대 얘기는 몇 다리만 건너 뒷조사를 해보면 바로 들통 나게 돼 있지만 밤일 솜씨는 남들이 알 리가 없다. 떼로 모여 한방에서 그룹섹스를 해보지 않은 이상 한 시간을 하는지 두 시간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니 맘 놓고 과장하기 딱 좋다.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성 세계를 꾸며내지만 상상적 자기 위안이며 허세일 뿐이다. 강력한 쾌락을 줄 것 같은 환상적인 스킬과 테크닉이 난무하지만 가당치도 않은 신기루다. 입에 거품 물고 세상 모든 여자와의 관계에 통달한 듯 떠벌리는 모습에 웃음만 난다.

 

왜 남자들은 그런 짓을 하는 걸까? 변강쇠라고 나라님이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런 쓸데없는 뻥을 치는 것일까? 남자가 늘 마징가제트일 수는 없다. 자신감 넘치는 듯 보이고 자기중심적인 섹스를 하는 남자라 하더라도, 여자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일 경우가 많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세지 않으면 다른 수컷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뿌리 깊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과장된 자신감이다. 대부분의 암컷은 자기가 알고 있는 수컷 중에서 가장 센 놈을 고르므로.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강하게 보여야 한다. 암컷은 수컷의 강한 정자를 받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남자의 허세는 날로 커지는 것이다.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돈이 있어 보이거나, 근육이 멋있어 보이거나, 멋진 차를 가지려고 한다. 여자는 어떤 것이 허풍인지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바깥에서는 자존심을 세우려고 그렇다 쳐도 집에 와서도 똑같이 굴면 안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사흘 낮 밤 서리 맞은 배추 줄거리처럼 된다면 아내도 어이가 없지만 남편이 받는 충격은 메가톤급일 것이다. 왜 이 모양이냐고 닦달하면 할수록 잠자리는 늪으로 빠지게 된다. 아내가 조언이랍시고 병원 한번 가보라고 말할 때 열이면 아홉은 화를 내며 자기를 환자 취급하냐고 발끈한다. 발기부전 환자라는 딱지는 딱 질색이다.

 

어릴 때는 누가 싼 오줌이 멀리 가나를 경쟁하고, 사춘기 때는 누가 먼저 여자랑 잤는지 경쟁한다. 그러나 나이 들면 몇 살까지 빳빳한가를 경쟁하지는 않는다. 그냥 다들 ‘여전히 잘 선다’고 허세를 부릴 뿐이다. 그놈의 체면 때문에 고장 난 거시기는 더 초라하다.

 

비뇨기과 병원 풍경은 아주 웃긴다. 대기실에 서성거리거나 앉아 있는 남자들끼리 절대 서로 눈도 안 마주친다. 걱정하거나 의기소침한 티를 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두들 어깨를 죽 펴고 자기는 발기부전 때문에 병원에 온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친한 아내와 술 한잔 기울이면서 진지하게 ‘토킹 어바웃’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일 수도 있다.

 

성경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4.06.09기사입력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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