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광어..

오완선 2015. 1. 24. 19:32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시인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다.

일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녀야만 하는 물고기를 닮고 싶다는 영혼이 깃든 애틋한 사랑 시다. 시 속의 외눈박이 '비목'은 당나라 노조린(盧照鄰)의 시에 등장하는 전설의 물고기인 '비목어(比目魚)'란다. 외눈이 물고기가 자신처럼 애꾸눈인 짝꿍을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는 전설 말이다. 또 중국 전설에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가 있으니, 이를 합쳐 비익연리(比翼連理)라 한다. 비익조는 눈 하나와 날개 하나만 있어서 두 마리가 서로 나란히 해야 비로소 날 수 있다는 새이고, 연리지는 두 나무가 서로 맞닿아 나뭇결이 합쳐진 나뭇가지를 뜻한다. 바다의 비목어와 하늘의 비익조, 땅의 연리지에 얽힌 시리고 아린 연가(戀歌)로다.

실은 비목어란 머리 한쪽으로 두 눈이 몰려 있는 가자미목, 넙칫과의 넙치·서대·가자미·도다리 따위를 가리킨다. 그중 '넙치'는 '넓다'는 말에 물고기를 뜻하는 접미사 '~치'가 붙었다. '넓적한 물고기'란 의미로 광어(廣魚)라고도 한다.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 하면 납작하게 죽도록 두들겨 맞았음을 뜻하고, 생긴 꼴이 신통찮아도 제구실은 똑똑히 할 때 '넙치 눈이 작아도 먹을 것은 잘 본다'고 한다. 또 '가자미눈'이란 화가 나서 옆으로 흘겨보는 눈을 이른다.


	광어
조선일보 DB
'좌광우도'란 말은 광어는 왼쪽에, 도다리는 오른쪽에 눈이 붙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상야릇하게도 왜 눈이 한편으로 쏠리는 것일까. 플랑크톤을 먹으며 생활하는 어린 시절엔 다른 물고기처럼 전형적인 좌우대칭이다. 그러던 놈이 15㎜쯤 자라, 유영생활(遊泳生活·물속에서 헤엄치며 서식)에서 저서생활(底棲生活·해저 밑바닥에 엎드려서 서식)로 바뀌면서 갑자기 부레가 없어지고, 몸이 납작해지면서 옆으로 드러눕는다. 눈도 좌우로 휙 돌아가면서 몸매가 비대칭이 된다. 이런 난데없는 환골탈태는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기 위한 적응 변화다. 그렇다면 눈은 왜 뒤틀릴까. 뇌와 연결된 안근신경(眼筋神經)이 90°로 뒤틀리면서 그렇게 된다고 한다.

비린내가 덜한 광어는 아래턱이 앞으로 불거지고, 양 턱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삐죽삐죽 나며,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머리 위쪽에 있다. 그리고 납작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등·가슴지느러미가 등과 가슴 끝자락에 내리 이어져 돋아 있다. 바다 밑바닥 삶에 알맞게 몸이 납작하다. 등은 황갈색이고 배 바닥은 흰색인데, 그때그때 잽싸게 몸빛을 바꿔 위장하기에 '바다의 카멜레온'이라 불린다.

그런데 넙치 가두리양식 기술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우리나라가 넙치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단다. 보들보들하고 쫄깃한 몸살도 그렇지만, 기름기 밴 쫀득한 뱃살과 지느러미살이 고소한 것이 진미다. 회를 뜨고 남은 뼈·머리·껍데기를 푹 끓인 서덜탕(매운탕)도 일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