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8.18 03:03 | 수정 : 2014.08.18 10:43
시복式 집전한 교황 "모든 한국인에게 기쁨의 날"
"福者 허락합니다" 선포 순간 '순교 124인' 대형 그림 펼쳐져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유가족 보이자 車에서 내려 위로
"본인의 사도(使徒) 권위로 가경자(可敬者)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를 앞으로 복자(福者)라 부르고, 해마다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순교자 시복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렇게 선포하는 순간 단상 양쪽 대형 화면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면에 124위 순교자의 모습을 그린 초대형 복자화(福者畵)가 펼쳐졌다. 성가대가 부르는 환희의 찬가가 참석한 신자들의 환호성과 함께 메아리쳤다. 교황은 강론에서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이라며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그들이 증언한 애덕(愛德)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章)이 되었다"고 했다.
'시복'(諡福·beatification)이란 성인(聖人)이 되는 시성(諡聖)의 전 단계로 교회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복자'(福者·Blessed)라는 칭호를 주어 특정 교구, 지역 등 안에서 그 뜻을 기릴 수 있도록 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을 말한다.
새벽 4시부터 입장을 시작해 줄곧 교황을 기다렸던 17만 신자는 오전 9시 10분 무개차를 탄 교황의 카퍼레이드 모습이 대형 화면에 비치자 환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황은 언제나처럼 많은 아이를 안아주며 이마에 '뽀뽀'했고,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선 예정에 없이 차에서 내려 직접 만나 위로하고 편지를 받아 오른쪽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부산에서 전날 자정 버스를 타고 온 채정숙(60)씨는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교황님 오신 걸 보니 힘이 번쩍 났다"며 "낮은 곳에 임하는 교황님을 본받아 사회 전체가 다시 한 번 더 겸손해지고 낮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미사 강론에서 교황은 "그리스도에 대한 순교자들의 증언의 순수성, 당대의 엄격한 사회구조에 맞선 형제적 삶을 보며, 막대한 부유 곁에서 비참한 가난이 자라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우리 역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는 그리스도의 부름을 듣게 된다"고 했다.
[교황과의 100시간] 사랑과 감동이 물결친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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