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자궁(子宮)은 안녕하신가요? 자궁 없는 여성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자궁을 들어내는 여성은 1000명당 6.1~8.6명, 대략 매년 14만명이 자궁을 잃는다. 쉰 살 넘어 동창회에 나가보면 너도나도 빈궁마마다.
골반 안쪽에 조롱박 모양으로 생긴 손바닥 크기의 자궁은 수정란이 태아가 돼 출생할 때까지 자라는 방이다.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인 자궁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 자궁 질환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는다. 특히 자궁에 혹이 생기는 병인 자궁근종은 자궁평활근에 생긴 사마귀 같은 군더더기 살로, 암과는 상관없는 양성종양인데 전혀 없는 여성이 드물 정도로 흔하다. 마치 알 낳는 닭을 잡았을 때처럼 여러 개가 다발다발 들어 있는 알부자도 많다.
아기집이 없어지면 아기를 낳을 수는 없지만 호르몬 분비를 맡은 난소가 건재하는 한 여성의 기능은 여전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닌데,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면 대부분 여성은 자신의 성을 박탈당하는 것 같은 거세 감정을 느낀다. 자궁을 잃으면 여성다움을 잃고 여자구실을 못할까 봐 오해하는 이가 많지만 여성성을 담당하는 기관은 난소다. 또 성교 시 가장 쾌감을 느끼는 부분은 자궁이 아니라 질 아래쪽 3분의 1 부분과 소음순, 음핵이다.
그렇지만 섹스는 뇌와 가슴으로 한다. 성욕은 본능적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좌지우지돼 성감 그 자체보다도 성적 반응을 느끼는 정도가 더 중요하다. 자궁이 없는 수많은 여성은 육체적인 박탈감과 정신적 상실감에 시달리며 심지어 수치심까지 느낀다. 예전만 못한 부부생활은 모두 자궁이 없어서 그런 것같이도 여겨진다. 자기가 석녀라서 남편이 더 이상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는 피해의식 때문에 성관계를 피하는 여자, 성욕 자체가 감퇴된 여자, 성감이 떨어져 불감증이 됐으면서도 남편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면 큰일 날까 봐 어쩔 수 없이 하면서 불안해하는 여자, 자궁이 없으니 남편마저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원망과 신세 한탄만 하는 여자 등 각양각색이다.
아기집은 한 달에 한 번씩 생리 나오게 하는 일 외에는 특별히 맡은 일이 없다. 성관계를 할 때도 질만 열나게 바쁠 뿐이지 자궁은 딱히 하는 일이 없다. 자궁의 노동 가치를 따지면 ‘제로’다. 그러나 아기를 다 낳은 여자에게 자궁은 크게 쓸모가 없는데다 물혹 작은 게 몇 개 있는데 놔두면 암(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니 떼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한술 더 떠 이왕 째는 김에 난소암도 예방할 겸 건강한 난소마저 잘라내기도 한다.
물론 “이게 최선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이들이 있다. 자궁을 적출하면 질의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에 분비물이 줄어들어 성교통을 일으키고 수술 시 자궁경부 신경이 잘려나가 극치기가 상실되며 일찍 폐경을 일으켜 성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삐딱하게 보는 쪽도 있다. 그러나 잔-폴 W.R 루버즈 네덜란드 유트레히트대 박사팀의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의 사후조사 결과, 모든 여성이 오히려 섹스 쾌감에서 유의한 향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잘라내고 나니 수술 전 고생했던 출혈이나 빈혈 등에서 벗어나고 생리과다, 생리통, 성교통 등이 없어진 데다 임신에 대한 걱정도 없다 보니 적극적인 성생활을 할 수 있게 돼 전보다 훨씬 즐겁다는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도 결국은 건드릴 일이 없어야 베스트다. 집집마다 아내의 자궁은 잘 관리되고 있는지, 새근새근 잘 자는 자궁도 다시 들여다볼 일이다. 초음파나 내시경으로 들여다볼 때가 좋지, 칼로 찢어본 다음에는 여러 사람 피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