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영화장면처럼 해볼까?

오완선 2016. 5. 14. 11:13


미혼일 때는 사귀는 사람들끼리 할 수 있다면 베스트지만 어쩌다 원나이트스탠드로 할 때도 있고 여자를 사서 하기도 한다. 연인과 경치 좋은 펜션이나 외딴섬에 가서 하루종일 그 짓만 해도 좋을 것 같고, 하고 또 해도 평생 질리지 않을 것 같던 섹스가 막상 결혼하고 늘 할 수 있는 파트너가 딱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타지 않는다.

기대했던 것만큼 새록새록 맛이 다르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손끝 하나도 못 대게 하던 여자라 대단한 줄 알았더니 별것도 아니라는 막돼먹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영화처럼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즐길 수 있을 거란 환상은 생각보다 쉽게 날아간다.

잠자리는 몇 번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늘 뻔한 패턴으로만 한다면 단조롭고 권태로울 수 있다. 이럴 때 서로 좋아하는 체위나 취향을 터놓고 얘기하면 딱딱 맞출 수 있다.

카마수트라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색다른 체위는 또 새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섹스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남자들은 포르노를 통해 일찍이 체위의 세계에 눈을 뜨는 데 반해 여자들은 남자들을 통해 몸으로 배운다. 여성은 대부분 정상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체위를 좋아하는 반면 남성은 다양한 체위를 구사하고 싶어한다.

섹스에 대해 전혀 배운 바 없고 들은 바 없는 사람이라도 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취하게 되는 자세가 바로 정상위다. 마주 보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고, 밀착되는 몸의 범위가 넓으며, 마음껏 키스할 수 있고 껴안으며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자세가 문화인류학적 견지에서 볼 때 남녀 모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에 인류 전체 섹스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매번 아래에 깔리는 기분도 그렇고, 클리토리스에 자극이 적어 여성들이 오르가즘에 도달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강아지들처럼 여자가 엎드리고 남자가 뒤에서 하는 체위는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체위다. 시각적인 자극은 물론 감각적으로도 뛰어난 만족을 선사하기 때문에 코피를 쏟도록 짜릿한 밤을 꿈꾸겠지만 쑥맥인 여자들은 엎드릴 때 왠지 짐승같아 보이거나 당한다는 수치감이 들어 유쾌하지 않다.

체위를 바꾸면 섹스에 또 다른 신선함을 주지만 그 많은 체위가 아무에게나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체위는 받아들이는 입구의 위치와 들어가는 남자의 각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정상위를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은 입구와 각도에 따른 오차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기 때문이다.

체위마다 성기의 접촉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체위라도 피스톤 운동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느껴지는 쾌감 강도도 달라진다. 또한 부부의 키, 몸매 등에 따라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다리를 벌리고 몸을 비트는 정도가 달라야 한다. 서로의 기호와 소품의 이용이나 장소, 시간, 분위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 세련된 체위 전환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색다른 경험을 한답시고 체형에 걸맞지 않은 서커스 수준의 고난도 체위를 구사하는 건 넌센스다. 포르노를 보면 저런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체위가 많이 연출된다.

빨간딱지에서 본 꿈의 체위, 변태 같은 독특하고 아크로바틱 같은 체위들이 늘 즐겁기보다 힘들고, 괴롭고, 아프기까지 하다.

그리고 한창 기분이 좋아지고 있는데 갑자기 체위를 바꾸면 섹스의 흐름이 깨지고 집중을 흐트러뜨려 기분이 식어버릴 수도 있다. 팟찌닷컴 조사에 의하면 후배위 30%, 69체위 15%, 여성 상위 12%, 남성 상위 7%, 소품 응용 체위 8%, 마주 앉아서 하기 7%로 선호도가 나타났다.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다. 자기 멋대로 하다가는 혼자 놀아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