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 다이어트의 여파로 좋은 고기, 좋은 지방을 먹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고기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다양한 고기 전문가들이 밝히는 고기 손질법과 관리 노하우
그리고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부위를 선택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 입력 : 2016.12.17 07:00
고기에 매료된 한국
고지방 다이어트에 관심이 쏠리면서 그동안 살찔까 염려돼 먹지 않았던 고기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탄수화물 대신 고기나 버터, 치즈 등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서 체중을 줄이는 이 다이어트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만류와 경고에도 꾸준히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삼겹살로 대변되는 돼지고기 소비량은 가히 폭발적이라 ‘고기를 정말 이렇게 마구잡이로 많이 먹어도 될까?’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다이어트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고기=지방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는 고지방 다이어트에서 고기를 먹는 것이 곧 지방을 먹는다는 인식이 잘못됐다 말한다. “고기는 지방이 아무리 많아도 최대치가 35%입니다. 즉 고기를 먹는 것이 고지방 식사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게다가 체외지방이나 근간지방 같은 완전 지방을 먹지 않는 한 고기의 대부분 부위에는 지방이 많지 않습니다. 고기는 고지방이 아닌 고단백질 식품입니다”라고 말한다.
단백질과 지방 등과 같은 고영양소가 함유돼 예부터 귀한 음식으로 분류되었던 고기. 우리는 언제부터 고기를 섭취하고, 어떻게 먹어왔던 걸까? 새삼스레 고기에 대해 궁금한 당신을 위해 고기의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다이어트와 고기의 상관관계 및 각 고기별 맛있게 먹고 보관하는 법 등을 소개한다.
고기의 食역사
우리나라는 육류소비량이 적다. 연간 섭취하는 1인당 소비량이 약 38㎏으로, 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미국(120㎏)에 비하면 ⅓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유럽 76㎏과 비교해도 육류 소비량이 현저히 적은 편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아도 우리 민족이 육류를 다량으로 섭취했던 시기는 수렵과 채집으로 먹거리를 확보했던 고조선시대뿐이다. 농업이 시작된 삼국시대를 거쳐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문화가 국교가 된 후 고기는 늘 먹기 힘든 재료였다. 육식 금지가 해지된 유교문화의 조선시대에도 소는 농업의 중요한 자산이었기 때문에 양반 위주로 몰래 소고기 섭취가 이뤄졌을 뿐 일반 백성들은 거의 먹지 못했다. 조선 말기에는 모든 부위를 국물로 만들어 먹는 국밥문화, 즉 탕반문화가 유행했다.
우리가 지금처럼 고기를 먹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의 경제적 발전에 힘입은 198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80년대는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돼지고기가 서민들의 주요 육식의 대상이 되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전국에 식육가든 식당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금과 같이 돼지고기의 대량 소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도 돼지고기의 소비는 꾸준히 증가했고 닭고기 소비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귀하고 비싼 탓에 자주 먹을 수 없던 소고기는 1990년대 수입소고기가 다량 유입되면서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다. 부위는 삼겹살이 압도적이며 그 뒤를 목살이 잇는다. 우리는 예부터 고기를 많이 먹지 못했던 민족이기에 동물성 지방의 섭취량이 극도로 부족했었다. 그래서인지 돼지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게 되자 삼겹살이나 목살 같은 지방 함유량이 높은 부위의 섭취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소분할육으로 항정살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항정살은 삼겹살 다음으로 지방 함량이 높은 부위이며, 갈비살 역시 지방 함량이 높아 인기가 많다. 소고기의 경우도 지방 함량이 높은 부위인 갈비, 등심, 안심 등이 인기가 많다.
종류별 고기愛
MBC <지방의 역설>이라는 프로그램이 반영된 후 도축이 많아 가격이 떨어지는 9월, 10월에도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고기 섭취량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축산물 소비량의 증가가 일어난 것. 소비되는 순서 역시 프로그램에 노출된 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고기라도 다 같은 고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소고기, 돼지고기가 색깔이 다르듯이 그 맛과 영양 등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무조건 좋다고, 살이 빠진다며 소비할 게 아니라 좋은 고기를 알맞게 선택해 섭취해야 몸에 들어와 좋은 작용을 한다. 어떻게 먹어야 제대로 먹는 걸까? 우리가 가장 자주 많이 먹는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맛있는 이야기와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맛있는 부위, 고기 손질 및 보관법 등을 소개한다.
손질
소고기는 연하고 육즙이 많아야 맛있다. 따라서 잘 숙성된 냉장육이 좋고, 냉동육이라면 해동할 때 육즙의 손실을 최소로 해야 한다. 냉동육의 해동은 요리 하루 전날 냉장실로 옮겨 밀봉된 상태에서 천천히 녹인다. 시간이 없다면 흐르는 차가운 물로 녹이는 것이 좋다. 덩어리 상태인 고기는 5시간 이상, 자른 고기는 2~3시간, 다진 고기는 1시간 정도면 적당하다. 고기에 핏물이 남아 있으면 요리의 맛이 텁텁해지고 간혹 잡냄새가 날 수 있다. 뼈가 붙은 갈비나 사골, 꼬리뼈 또는 곱창 같은 부산물은 한동안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 뒤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관
요리를 하고 남은 고기는 다음 요리 용도에 맞게 손질하여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누어 비닐이나 랩으로 감싸 보관한다. 소고기는 10℃ 이하의 냉장실에서 2~3일, 영하 20℃ 이하에서는 6개월 넘게 보관이 가능하다. 냉장보관의 경우 자른 고기는 3~4일, 다진 고기는 1~2일 이상 보관하지 말고 바로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고기는 공기와 장시간 접촉하면 밝은 선홍색이 암적색으로 변하는데 이는 근육세포 안에 있는 붉은 색소 단백질이 변한 것이지 상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고기를 잘랐을 때 선홍색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요리에 사용해도 좋다. 만약 고기의 표면이 미끈거리면서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육질의 탄력이 떨어지고 잘랐을 때 색이 선명하지 않다면 상한 것이니 요리에 사용하면 안 된다.
부위별 요리
소고기도 부위별로 지방, 단백질 함유량이 각기 다르다. 다이어트를 위한다면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부위를, 구워 먹고 싶다면 지방이 조금 더 있는 부위를 선택해 먹으면 자신이 원하는 최고의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
● 소비량이 많은 부위 등심, 안심, 채끝, 갈비
●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부위 우둔, 설도, 사태
● 지방이 많고 식감이 부드러운 부위 안심(연한 부위), 등심(지방이 많고 식감이 좋은 부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안심
소고기 중 가장 부드럽고 고기 맛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부위다. 소 한 마리에서 약 5.8㎏ 정도 생산되며 짙은 진홍색을 띠고 고기 결이 비단결처럼 곱다. 소고기 부위 중 가장 부드럽고 연한 안심살은 마블링이 많지 않아 오래 굽거나 삶으면 질겨진다. 안심살은 저지방으로 담백하기 때문에 다이어트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고소한 감칠맛을 자랑하는 등심
육즙이 진하고 고소한 감칠맛이 풍부한 등심은 소고기 맛 중 단연 으뜸이다. 꽃등심살, 아래등심살, 살치살 등이 있으며 꽃등심살과 살치살은 마블링이 많아 풍미가 좋은 데다 살코기의 육즙도 진하고 풍부해 구이용으로 즐겨 먹는다. 특히 꽃등심살은 살코기의 마블링이 좋아 고급육이 아니더라도 구이나 스테이크용으로 적합하며 샤브샤브나 편채, 너비아니 구이에 사용해도 좋다. 한편 살치살은 생고기 구이에 최고로 좋은 부위니 먼저 숙성시킨 후 구이로 먹는 걸 권한다.
풍미가 좋아 다양하게 활용되는 갈비
갈비에는 본갈비, 꽃갈비, 참갈비, 갈비살, 마구리, 토시살, 안창살, 제비추리가 있다. 뼈 사이 고기에는 지방이 많고, 육즙과 골즙이 어우러져 풍미가 좋아 구이뿐 아니라 찜, 탕 등에 두루 사용된다. 갈비 중 꽃갈비와 안창살은 적절한 마블링으로 소고기의 육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구워 먹으면 쫄깃쫄깃한 씹힘과 다즙성이 좋아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부위로 손꼽힌다.
맛이 가장 담백한 우둔살
육질의 결이 곱고 연하며 지방이 적다. 볼깃살로도 불리며 소의 뒷다리 부위 중 가장 연하고 맛도 담백하다. 소 한 마리당 15.8㎏ 정도 생산되는데, 지방이 거의 없는 살코기이기 때문에 육회로 사용해도 좋지만 미리 조미해서 먹는 요리에 사용하면 더욱 좋다. 위치에 따라 조직감이 다를 수 있으므로 요리 용도에 따라 고기를 써는 두께를 달리해야 한다.
손질
얼렸던 돼지고기는 요리하기 전 냉동실에서 냉장실로 옮겨 밀봉된 상태로 천천히 해동해야 한다. 그래야 육질이 퍽퍽해지지 않고 냄새도 적게 난다. 냉동시킨 고기는 천천히 녹여야 고기 속에서 빠져나오는 육즙의 양이 적어진다. 급하게 먹어야 할 때는 전자레인지로 해동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리
돼지고기 요리를 맛있게 하려면 특유의 냄새를 없애야 한다. 돼지고기는 지방 함량이 많아 누린내가 난다. 돼지고기 냄새는 조리하기 전 청주와 다진 마늘, 생강즙, 후추 등을 이용해 밑간을 하여 제거할 수 있다. 위 향신료들은 고기를 밑간하거나 양념할 때, 데치거나 삶을 때 함께 넣으면 된다. 조리 후에도 냄새가 남아 있다면 통후추를 갈아 넣거나 배즙을 약간 뿌리면 좋다.
저장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수분 함량이 높아 숙성시간은 짧지만 상하기 쉽다. 돼지고기를 썰어 오래두면 육즙이 빠져나와 맛이 없고, 공기와 만나 산화현상이 일어나 육색이 갈색으로 변하며 신선도가 떨어진다. 저장할 때는 랩으로 단단하게 싸서 보관하면 변질되지 않고, 냉장고 안 다른 식품의 냄새가 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표면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억제해 저장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 소비량이 많은 부위 삼겹살, 목살, 항정살
●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부위 앞다리 살, 뒷다리 살
● 지방이 많고 식감이 부드러운 부위 삼겹살, 항정살
지방의 고소한 맛이 일품인 삼겹살
삼겹살은 지방 함량이 높고 단백질이 적지만 지방의 고소한 맛에 끌려 구이, 수육, 베이컨 등 다양하게 활용해 즐겨 먹는다. 지방 함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이 적당히 함유돼 있고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씹는 느낌이 좋아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식메뉴 1순위다.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적당한 목살
지방 함유량이 적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고기로 일본 장수마을에서는 목살을 매일 삶아 같은 시간에 먹는다고 한다. 수육이나 보쌈 등에 사용하는 부위로 양념해 불고기용으로 사용해도 맛이 좋다.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육즙이 우러나고, 지방이 삼겹살처럼 지나치게 많지 않고 고소한 향미가 느껴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고기다.
쫄깃쫄깃 씹는 맛이 일품인 항정살
분홍색과 하얀색 마블링이 조화로운 고기로 지방질이 적당해 구이용으로 좋다. 숯불에 약간 노릇해질 정도로 구우면 숯불의 훈연 향이 흠뻑 스며들어 최상의 돼지고기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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