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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넘어 고성능으로… 럭셔리한 전기차의 등장

오완선 2018. 1. 4. 11:09


                

입력 : 2018.01.03 07:08

[Auto]
 

전기차가 친환경을 넘어 고성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효율을 좋게 하기 위해 크기가 작은 경차 모델이 주를 이뤘던 전기차 시장에 고성능·중형 전기차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1회 충전에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GM의 볼트와 테슬라의 모델 3 등이 출시되자 도요타와 다임러, 현대·기아차도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자동차 업체들은 1회 충전에 500㎞를 가고,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5초 이하인 자동차들을 잇달아 내놓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주행 거리와 출력을 대폭 개선한 '2세대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그래픽=유두호 기자

·쏟아지는 고성능 전기차

1세대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이 작고, 성능보다는 친환경과 연비 절감 측면의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닛산의 리프나 BMW의 i3, GM의 볼트 등 대다수의 전기차 모델은 작은 차체를 가졌다. 배터리를 덜 소비하면서 주행 거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차체의 무게가 가벼워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등장으로 전기차 시대는 변혁을 맞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세대 전기차는 가솔린·디젤 등 쟁쟁한 내연기관차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체를 작고 실용적으로 만들었다"며 "최근에는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고, 전기차의 저변이 확산되면서 점차 공간이 크고 럭셔리한 수퍼 전기차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폴스타다. 폴스타는 지난 6월 볼보자동차에서 독립한 전기차 고성능 브랜드다. 볼보는 "폴스타를 세계 제1의 전기 모터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2도어 4인승 스포츠 쿠페인 '폴스타1'을 공개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로 최대 600마력을 낸다.

혼다도 지난달 일본에서 열렸던 도쿄 모터쇼에서 '스포츠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하치고 다카히로 혼다 CEO는 "이 차는 인공지능과 고성능, 고효율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통해 많은 이가 짜릿한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재규어는 내년 최고 출력 400마력, 제로백 4초대의 전기차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I-페이스(PACE)'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전문 업체들도 고성능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6일 제로백이 1.9초인 역대 최고성능 전기차 '로드스터 최신형'을 공개했다. 최고 시속은 402㎞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회사 루시드모터스도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43㎞ 주행이 가능한 '루시드 에어'를 출시했고, 카르마오토모티브도 고급 스포츠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인 '카르마 레베로'를 내놓았다.

·디젤에 올인했던 독일 차 브랜드도 고성능 전기차 출시

그동안 디젤을 주축으로 한 내연기관차에 올인했던 벤츠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도 고성능 전기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BMW는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4도어 그란쿠페 콘셉트카인 'i비전 다이내믹스'를 공개했다. 1회 충전에 600㎞ 주행이 가능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200㎞다. 제로백이 4초에 불과한 고성능 전기차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고성능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로젝트 원'을 공개했다. 이 차는 1.6L 6기통 엔진과 4개의 전기 모터로 최고 출력 1000마력을 뿜어낸다.

아우디도 지난 2015년 'e-트론 콰트로 콘셉트'를 내놓으며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210㎞, 제로백이 4.6초다. 폴크스바겐도 사륜구동 방식의 전기차를 개발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산악 레이스인 '파이크스 피크 경주'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는 2015년 이후 '미션E'라는 이름으로 4인승 전기 스포츠카 개발을 진행 중이다. 포르쉐는 이 차를 제로백 3.5초, 최대 출력 600마력, 주행 거리 50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태생부터 고성능 차에 적합한 전기차

초기 가속력이 좋고
코너링도 안정적

고성능 전기차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이유는 전기차가 갖는 특성 때문이다. 전기차는 엔진룸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켜 추진력을 얻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전기를 통해 직접 모터를 돌리기 때문에 초기 가속력이 좋다. 운전 처음부터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제로백이 내연기관차보다 월등히 좋다. 또 대규모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장착하면서 차량의 무게중심이 낮아져 코너링이 안정적이다. 내연기관을 고성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들지만 전기차는 태생부터 고성능적 성격을 갖고 있어 고성능 차 개발도 전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기술 발전으로 고출력·고용량의 배터리가 출시되면서 차량의 힘을 극대화해 뽑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내년에는 한 번 충전에 300㎞ 이상 가는 전기차가 보편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시장에서 좀 더 특화된 고성능 차량을 내놓아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무는 디젤 엔진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