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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산행기-6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하여 추풍령에)

오완선 2012. 12. 1. 18:29
(경부고속도로를 어떻게 횡단하나)


지난번 산행을 멈췄던 우두령에서 직지사를 품고있는 황학산을 넘어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고개마다 한 많은 사연"의 노랫말로 널리 알려진 추풍령을 찾아가는 길이다

동서를 연결하는 도로는 백두대간을 넘지 않고는 동서 두 지역을 연결할 수 없고 이 들 도로들은 평균 20km정도의 사이를 두고 백두대간을 횡단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도로는 남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서방향으로 기우러진 사선 형태임으로 어느 한 곳에서는 반드시 백두대간을 횡단해야 하고 반대로 생각하면 백두대간을 걷는 입장에서는 어느 한곳에서는 반드시 경부선철도와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해야한다

경부선철도와 경부고속도로는 추풍령을 통해 백두대간을 넘고 있으며, 중부내륙을 대표하는 동서 두 지역의 거점도시인 대구와 대전을 연결하는 국도 또한 추풍령을 통해 백두대간을 넘나들고 있다

따라서 추풍령은 경부선철도, 경부고속도로. 대구대전간 국도가 한 곳에 모인 한반도의 교통요충지며 이런 지리적 여건만 생각한다면 한반도의 심장은 바로 추풍령이다

그러나 추풍령은 면 소재지에 불과하고 이 곳 행정구역의 이름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이다. 이런 교통망의 이점을 이용한 이 지역의 거점도시가 경북 김천시고 추풍령은 경북 김천시와 충북 영동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 곳 국도 변의 당마루에 추풍령의 노래비가 없다면 추풍령 고갯마루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여타 면소재지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그런 곳이고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쉬어 가는 한 많은 고개라 하여 추풍령을 높은 고갯마루로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백두대간 전체에서 가장 낮은 지점이 추풍령이고 이 곳을 지나는 철도와 고속도로는 터널을 뚫지 않고 백두대간을 넘나들고 있으므로 고도는 대략 200m정도로 생각되며 외견상으로는 평지와 다를 바 없어 산마루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곳이라 무슨 이유로 험준한 고개처럼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쉬어 가는 곳이라 하였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리산에서 백두산을 향해 힘차게 달려온 백두대간은 속리산을 일궈 낼 힘을 다시 복 돋기 위해 이 곳에서 긴 숨을 크게 몰아쉬며 잠시 쉬어가고 있어 구름과 바람도 백두대간처럼 쉬어간다는 그러한 설명 외는 백두대간을 걷는 입장에서는 달리 설명을 할 길이 없고 옛 날에 이곳에 院이 있어 길손들이 쉬어갔음으로 구름과 바람도 쉬어 간다는 그런 의미가 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추풍령은 옛날부터 교통요충지였으나 민초들이 이용하는 길이 아니라 관에서 주로 이용하는 길목이었고 특히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영남의 유생들은 바람에 떨어지는 추풍낙엽이 연상되어 이 길을 멀리하고 방에 이름이 오르기를 바라는 바램으로 "방"의 글자가 들어 있는 바로 옆의 궤방령을 이용하였다

황학산을 넘어오면 이 곳 궤방령에 이르게되고 이 곳에서 다시 가성산을 올라 눌의산으로 이어오다가 눌의산 정상에서 우측능선을 찾아 내려오면 추풍령의 경부선철도와 경부고속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곳 눌의산에서 비싼 수험료를 톡톡히 지불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눌의산 정상이라고 생각한 헬기장에서 거의 1시간 가량 내려오다가 좌측으로 또 하나의 능선이 있음을 발견하고 의아심이 생겨 도면을 확인하였다.

아이고, 아뿔싸! 지금 내려온 능선은 대간 길이 아니고 일반 산길이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어 이런 불상사가 생겼나하고 도면을 확인해 보니 눌의산 정상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다른 봉우리가 하나 더 있었고 두 봉우리가 너무 지척이라 뒤에 있는 정상을 보지 못하고 앞 봉우리에서 그만 내려오고 말았다

그 동안 9시간정도 걸어와서 서서히 피로도 쌓이고 이제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헛발질을 하여 1시간정도 내려온 길은 말짱 황이고 도루묵이 되어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야 했다. 내려온 길이 대략 1시간정도 되므로 올라가는 길은 이보다 훨씬 시간이 더 걸리고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주저앉고 말았다

곧바로 내려가서 도로를 따라가면 추풍령으로 이어 질 것이므로 편법을 사용하고 싶은 생각과 비록 지금은 힘들지라도 정확하게 마루금을 다시 밟아야 한다는 생각이 교차하며 갈등을 하였다

내가 이 길을 걷는 것은 이 땅을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싶은 뜻도 있지만 그 보다는 지금껏 살아오며 나와 약속을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지키지 못한 반성으로 그간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늦게나마 하나라도 제대로 지켜보자는 그런 뜻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으로 나를 속일 수는 없었다

답은 하나이므로 배낭을 둘러매고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갔다. 원위치로 돌아오는데는 맥이 빠져서 2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고 한번 잘못간 길을 되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힘든 길이란 것을 이 때만큼 뼈저리게 느낀 적이 없다.

백두대간을 통해 배운 첫 번째 교훈은 길은 언제나 바른 길을 가야하고 잘못 간 길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고 다시 되돌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몇 구간의 대간 길을 걸었던 경험으로 잠시 방심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렀지만 그 후에도 이런 실수를 몇 번을 더 반복하였고 이런 경우를 산꾼들은 알바라 부르고있다

말짱 황이나 도루묵은 소비된 그 시간만큼만 손해지만 길을 잘못가면 말짱 황에다가 돌아오는 시간만큼 추가로 헛수고를 해야하므로 길을 한번 잘못가면 피박에 광박에 따따블로 손해를 보는 것이라 지금도 이런 알바를 생각하면 이가 갈리고 소름이 끼친다.

이렇게 알바하는 길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무수히 많은 것이며 이에 따른 그 고통을 내가 당하고 있고 내 자식들이 당하고 있고 우리의 모든 이웃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산길을 걷는데는 빠르고 늦은 것은 중요치 않으며 방향을 잃지 않고 바른 길을 걷는 것보다 더 우선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고속도로와 철도 그리고 국도가 연이어 나란히 지나고 있다. 철도와 국도는 어린아이도 횡단할 수 있음으로 애초부터 걱정을 하지 않았으나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할 것인지 그것이 문제였으나 도착한 바로 그 지점에 고속도로를 건너는 굴다리가 있었다.

고속도로를 만들면서 이 곳에 굴다리를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하였는지 신통방통하고 아마도 이 곳이 면소재지라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굴다리를 하나쯤은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것이며, 우리사회의 모든 부분에서도 단절보다는 소통을 위한 이런 굴다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굴다리가 있는 그 지점은 정확히 도 경계선이 지나는 지점이며 도면상으로도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확실했고 고속도로를 횡단하기 위해 일부러 굴다리를 찾아 간 것은 아니었다.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쉬어가고 백두대간도 쉬어 가는데 낸들 이 곳에서 하루 밤 쉬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