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600여명 지원받을 길 열려
원폭피해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의 원폭 피해자가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일본 법원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 거주 원폭 피해자 2600여 명도 일본 정부로부터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을 길이 열렸다. 해외 거주 피폭자에게 의료비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일본 법원의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사카(大阪)지방법원은 24일 한국에 살고 있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이홍현 씨와 피폭자 유족 2명이 “일본의 피폭자원호법에 따라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본 정부와 오사카 부(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장 등에 따르면 원고 측은 2011년 1월 한국에서 원폭 치료를 받은 비용 330만 엔(약 3600만 원)을 오사카 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오사카 부는 피폭자원호법에 재외 피폭자의 치료비 규정이 없는 것을 이유로 그해 3월 신청을 기각했다.
일본의 피폭자원호법은 원폭 피해자의 의료비에 대해 국가의 부담으로 규정했지만 해외 거주자의 치료비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일본은 해외 거주자가 해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일본 국내와 해외에서는 의료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연간 최대 18만 엔 정도를 치료비 명목으로 지원했다.
재판부는 “일본에 거주하는 피폭자가 해외에서 치료를 받으면 일본 정부가 비용을 지급한다. 피폭자원호법은 재외 피폭자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오사카 부가 이 씨 등의 의료비 지급 청구를 기각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은 기각했다.
한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으로 한국인 5만 명이 사망하고 5만 명은 피폭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사람은 2600여 명이다. 대부분은 원폭 피해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또 상당수는 2세와 3세에게 차별이 있을까 봐 등록을 피하고 있기도 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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