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한달 휴대폰 기본요금 3300원…

오완선 2013. 11. 7. 11:46

더이상 통신사 봉 될 수 없다" 공동구매 방식으로 가격 낮춰
작년 400여명 모아 조합 설립

지난 1월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휴대폰 기본요금을 3300원으로 낮춘 상품을 만들었다"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SKT·KT·LG 등 이동 통신 3사 휴대폰 기본요금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회견의 주체는 뜻밖에도 인천에 있는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이었다. 그 기자회견으로부터 10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31일 찾아간 인천 계산동의 조합 사무실에는 이용구(46) 상임이사 등 3명의 상근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20여평의 방 벽에는 '통신 소비자는 더 이상 통신사의 봉이 아니다' '소비자가 단결하면 통신비가 내려간다'는 등의 글귀가 붙어 있었다.


	인천 계산동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이용구 상임이사(왼쪽에서 둘째)와 조운형 부이사장(왼쪽에서 셋째)이 직원들과 함께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인천 계산동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이용구 상임이사(왼쪽에서 둘째)와 조운형 부이사장(왼쪽에서 셋째)이 직원들과 함께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허영한 기자
이 조합은 통신기기를 쓰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키자는 뜻에서 2011년 5월 결성됐다. 회원 400여명이 모인 지난해 12월 '협동조합법' 시행령이 시행되자 정식 조합으로 설립 신고를 냈다. 이들은 한 알뜰폰 업체와 협의해 어떤 휴대전화든 이 요금으로 쓸 수 있는 상품을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거대 기업이 규정한 요금 체계를 단 몇명의 조합원이 바꿔놓은 것이다. 지금 이 조합 회원은 전국적으로 6000여명으로 늘었다.

이 이사는 이전에 통신사 영업 분야에서 일을 했다. 이 분야 문제점을 잘 알게 된 그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평소 비슷한 생각을 나눴던 선배 등과 함께 이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역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뜻을 설명한 끝에 발기인 70여명을 모아 '통신 소비 공동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지난해 이를 협동조합으로 등록하면서 활동에 힘이 붙었다.

이 알뜰폰은 기본요금을 대폭 낮춰 업체의 이익을 줄인 대신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이익이 조금씩 커지는 박리다매(薄利多賣) 구조다. 알뜰폰의 통신망은 KT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 음질에는 차이가 없다고 한다. 누구나 홈페이지(www. tong.or.kr)를 통하면 가입비 1만원을 내고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은 가입비의 5%(500원)를 업체로부터 받아 운영비로 쓰지만 이 정도로는 상근 직원들의 월급도 제대로 줄 수 없다. 어려움이 많지만 통신비를 깎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뛰고 있다고 한다.

조합은 요즘 80만~100만원대인 스마트폰을 30만원 정도에 살 수 있게 하려는 공동 구매 사업과 '초고속 인터넷 월 1만원 정액제' 등의 사업을 새로 벌이고 있다. "요즘 스마트폰 없는 애들은 '왕따'라잖아요. 지식정보 사회에서 돈 때문에 '디지털 격차'가 커지는 건 정말 큰 문제죠." 조운현(58) 부이사장은 소비자들이 단결하면 결국 대기업 통신사나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맞추는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