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4.

오완선 2013. 12. 24. 19:23

성경시대

 

진화인류학자 로라 벳직(Laura Betzig)은 파경에 이르는 데는 배우자의 간통과 불임이 가장 큰 원인이며, 그 다음이 성관계 거부, 배우자의 잔인함과 무시, 학대라고 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성기능 장애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하다면 모르지만, 전문가의 치료나 도움으로 정상적으로 성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일시적인 성기능 장애나 성 접촉이 없어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을 해보라는 말이다. 술에 취해 들어와 아내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는데 거부당한 데다 아내가 돈도 못 벌어 온다고 무시하자 칼을 휘두른 남편도 있고,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빨랫방망이로 두들긴 남편도 있다.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거의 정신을 잃은 채 당하는 성행위는 부부간이라도 치욕적이다. 이혼 수속 중이거나 별거 등 파탄 지경인데도 ‘아직은 부부’라면서 성관계하자고 덤비는 짐승 같은 놈도 있다. 서울대공원에 사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수컷은 발정기에 교미(交尾)를 거부당하자 암컷 곰의 얼굴과 성기를 물어뜯어 죽여 버렸다.

 

한국릴리 조사 결과, 성관계를 피하고 싶을 때 남자들은 ‘컨디션이 안 좋다(36.9%)’고 핑계를 대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자는 척하거나 딴짓을 하는’ 경우가 20.7%였다. 여성은 ‘하기 싫다고 대놓고 말한다’가 34.9%로 가장 많았고, ‘컨디션이 안 좋다’가 29.8%로 나타났다.

 

기분 좋게 마신 술 덕분에 섹시해 보이는 아내를 진하게 안아주리라 접근하지만 냄새난다며 쌀쌀맞게 돌아눕는 아내 등 뒤에서 남편의 자존심은 무너져 내린다. 아내가 만족하지 못해 그러는 것 같은 자괴감에 상처를 받는다. 반면 참고 참다 슬그머니 파고들면 ‘잠이나 자’라고 싸늘하게 뿌리치는 남편. 여자로서 매력은 없고, 그저 밥해주고 빨래해주는 여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아내는 눈물이 핑 돈다.

 

콜롬비아 여성들은 남편의 조폭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들이 직업 훈련 과정에 등록할 때까지 무기한 ‘다리 꼬기 파업’을 벌였다.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을 때까지는 침실에 들어올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폭력적인 남성을 위해 눕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나폴리 여성들은 매년 섣달 그믐날마다 위험한 폭죽놀이에 빠지는 남편에게 그만두지 않으면 섹스도 없다며 캠페인을 벌였고, 수단 여성들은 성생활을 거부하면서 남편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장기 내전을 종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섹스 파업은 족보가 있다. 그리스 시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리시스트라타’에는 아테네 여인 리시스트라타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다른 아내들과 연대해 남편과의 잠자리 거부를 결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때 재상 박유가 처첩(妻妾) 제도를 합법화하자고 주장하자 양반가 여인들이 집단으로 동침을 거부했던 사례가 있다.

 

무엇보다 부부간의 잠자리가 하기 싫어진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섹스 거부는 재미가 없어 항거하는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위협의 수단으로 들먹일 때도 있다. 그러나 번번이 거부당하다 보면 바깥으로 눈을 돌리기 쉽다. 남편에게 섹스를 빼앗는 것은 아내에게 사랑을 빼앗는 것처럼 이별을 부르는 전주곡이 아닐까?

 

성경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3.12.02기사입력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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