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5.

오완선 2013. 12. 24. 19:25

성경시대

 

플라시보(placebo)란 ‘마음에 들도록 한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가짜 약을 의미한다. 플라시보 효과는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해 환자에게 복용토록 해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말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위약(僞藥) 효과가 두통, 위궤양, 통증, 당뇨, 천식, 류머티즘, 관절염 등 거의 모든 신체적 질병에도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희한한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국립보건원 실험 결과, 수면제를 먹고 평소보다 쉽게 잠드는 것은 효능과 관계없이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게 밝혀졌다. 열나는 환자에게 증류수를 해열제라고 속여 의사가 직접 주사하면 열이 내린다. 한 프랑스 여자는 살충제를 먹고 자살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죽었는데, 위액을 조사하니 독이 없는 다른 액체를 마시고 살충제를 먹은 줄 알고 죽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에서 두통 환자에게 똑같은 위약을 먹이면서 한 그룹은 약이 비싸다고 했고, 또 다른 그룹에는 싸다고 했더니 비싼 약을 먹은 그룹은 85%가 확실히 나았지만 싼 약을 먹은 그룹은 61%만 조금 가라앉았다고 답했다.

 

한국화이자가 1998년 비아그라를 시판하기 전에 한 종합병원에서 우리나라 발기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는데 가짜 약을 먹고도 무려 60%가 효과를 보는 결과가 빚어졌다. 또 다른 실험은 지방이식으로 음경 확대 수술을 했을 뿐인데 65%가 발기 기능이 좋아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음경 확대술과 발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자신감 회복에 따른 플라시보 효과일 것이다. 여자들이 쌍꺼풀 수술하고 콧대 세우고 나서 성격이 좋아지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미 식품의약청(FDA)은 여성용 비아그라로 관심을 모았던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플리반세린이 뇌에 화학적 작용을 가해 성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약이었으나, 임상시험 결과 약을 복용한 여성 환자들이 위약을 복용한 대상자들에 비해 다소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가졌지만 통계적으로 상당한 개선이 아니기 때문에 시판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옹녀의 꿈은 물 건너갔다.

 

남자들은 예전 같지 않은 정력 때문에 고민하다 뭘 먹었더니 불끈 솟더라며 허풍 떠는 친구의 말에 팔랑귀가 돼 춤을 춘다. 민간에서 강장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것은 호랑이 음경과 고환, 코뿔소의 뿔, 자라의 목, 곰쓸개 등 수두룩하다.

 

하루에 수십 마리 암컷과 교미한다는 물개의 음경과 고환인 해구신은 최고 정력제라며 비싸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의 남성호르몬이 함유돼 있을 뿐이다. 마치 ‘새의 날개를 먹으면 날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이 ‘해구신을 먹으면 물개처럼 강해지지 않을까’라는 주술적인 논리가 강하다. 물개는 하루에 10~20번 교미하니 해구신을 먹으면 본인도 물개처럼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정력이 뻗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걸신들린 것처럼 먹어댄다. 실제로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투자한 돈에 비해 초라하다.

 

소싯적 배가 아프면 엄마손이 약손이었다. 수백만원짜리 정력제 사 먹고 헛물켜는 남편 비웃지 말고, 아침마다 따끈따끈한 밥상 차려드리면 우뚝 서지 않을까?

 

성경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3.11.25기사입력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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