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성경시대 45.

오완선 2013. 12. 24. 20:59

지루한 장마 뒤에 가마솥더위가 따라붙었다. 땀이 많이 나서 찬물을 너무 마신 탓인지 입맛도 없고 온몸의 기운마저 쭉 빠진다. 1년 사계절 중에서 양기(陽氣)를 가장 많이 소진시키는 때는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팔자 좋은 소리를 하자면 시골 어귀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평상 위에 누워 낮잠이나 한번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시원한 과일 한 쪽 먹으면 기력을 찾을 것 같다. 옛날에는 삼복더위에 계삼탕(鷄蔘湯)과 구탕(狗湯·보신탕)을 먹었는데, 영양가가 풍부한 보양식을 먹고 더위를 이기려 했던 선인들의 슬기가 느껴진다.

우리는 ‘보양식’ 하면 개를 떠올린다. 그러나 예전에는 뜨물에 쉰밥덩어리 던져주고 마당 끝에 매어놓고 천덕꾸러기처럼 키워서 그런지 더울 때 온 가족의 원기 회복을 위해 기꺼이 보신탕으로 포식을 해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았다.

본초강목에는 개고기가 양기를 북돋우고 혈맥을 이롭게 하며, 허리를 따뜻하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개고기는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이 잘 통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 기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양기를 도와서 양물(陽物)을 강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예전에는 워낙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이고 고기는 명절 때 큰댁이나 가야 구경할까 말까 하고 허구한 날 풀만 먹었으니 피골이 상접했다. 그래서 복날을 핑계 삼아 영양가 많고 기름진 별식을 먹으면서 목구멍의 때를 벗기고 싶었고,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면 축 처져 있던 온몸에서 기운이 펄펄 솟는 것 같았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복날의 보양식은 아주 적절한 영양 보충 수단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먹는 보양식은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다. 1인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삼계탕 1001㎉, 보신탕 995㎉, 장어양념구이 1551㎉ 등으로, 칼로리 높다는 라면을 대략 500㎉로 친다면 두세 배나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철 주로 먹는 보양식을 조사한 결과 삼계탕 74%, 보신탕 18%, 장어구이와 추어탕은 각각 3%, 2%였다. 끼닛거리가 없던 쌍팔년도(단기 4288년) 시절에 비해 요즘은 워낙 잘 먹어주기 때문에 영양과잉이라서 살이 투실투실 찐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복날을 핑계로 영양 보충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못 먹던 시절 한풀이하려는지 삼계탕을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보양식은 비만이나 고지혈증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열이 많은 체질이거나 고혈압인 사람이 배 터지게 자주 먹으면 십상팔구는 정력이 떨어진다. 기름이 혈관 벽에 달라붙거나 혈관 속을 둥둥 떠다녀서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음경해면체로 피가 팍팍 못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어이 꼭 뭘 먹어서 체력 보강을 하고 싶다면 땀으로 배출된 수분과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서 원기를 돋우고, 피를 맑게 하며 몸을 개운하고 가볍게 만드는 채소 보양식이 효과적이다. 미련 떠는 아내는 남편 정력 좋아지라고 매끼 닭, 개, 소, 돼지를 돌아가며 드시게 할 테고, 똑똑한 아내는 작작 좀 먹으라고 총찰할 것이다. 결국 남편 건강은 재처(在妻)가 아닐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2.08.09기사입력 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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