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어느날 갑자기 이혼서류...

오완선 2015. 1. 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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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혼은 이젠 어디서나 낯설지 않다. 부부가 좋아 죽겠어서 살면 참 좋겠지만 죽지 못해 사는 부부도 꽤 된다. 연애할 때는 감출 것 감추고 만나다 같이 살게 되니 못 볼 것까지 다 봐 버렸기 때문이다.

통계청 통계를 보면 중년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 중 26.4%나 차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48.6%가 이유가 있으면 이혼하는 편이 낫다고 했고 49%가 성격 차이로 헤어진다니 삶의 가치관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혼을 재촉하는 것은 어긋난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지킬 박사인 줄 알았는데 하이드라는 걸 뒤늦게 알고 나서 마음이 바뀐다. 기대가 허물어지면 사랑은 급하게 식어버리고 마음은 깨밭으로 향한다. 보통은 어느 한쪽의 희생으로 가정이 유지되지만 이처럼 위험한 건 없다. 아이 양육과 집안일은 당연히 아내 몫이고, 돈 버는 것은 남편의 도리라면서 펑펑 써대는 아내에게 내일은 없다.

요즘은 대부분 여자들이 먼저 못 살겠다고 나선다. 파경 부부 중 이혼이나 별거를 하자고 먼저 말을 꺼낸 쪽은 아내가 72%로 남편(24.4%)에 비해 3배가량 많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혼할 때도 그저 아이들만 달라고 애걸복걸하던 시절이 있었다. 못 배운 여자들은 사람대접 못 받으면서도 그냥 견뎠다. 하지만 이제 배운 여자들은 가부장적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바보들을 못 봐준다. 세상 바뀐 줄 모르고 살던 대로 살다 뒤통수 맞고 눈물 흘리며 매달리는 쪽은 남편이다.

남편의 돈만으로 유지되던 결혼생활은 끝났다. 암스테르담 브리제대 연구 결과,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여성은 결혼생활이 불행하면 박차고 나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능력과 자신감을 갖고 있어 이혼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다고 했다. 예전엔 남편의 경제력과 성적 서비스의 독점적 교환이 결혼제도를 지탱해 왔다면 이제는 진짜 사랑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관건이 된 것이다.

사랑도 붙박이장처럼 움직이지 않고 딱 붙어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여성들도 성적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자기 혼자라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데다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바뀌어 이혼한 사람들을 너그럽게 봐준다.

게다가 나라에서 여자들에게 선물을 주셨다. 연금과 재산을 떳떳하게 나눠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당당해진 것.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이더라도 뛰쳐나가면 먹고살 걱정 때문에 망설였지만 아주 고마운 법이 만들어져서 이젠 맘먹기 쉬워졌다.

요즘엔 이혼도 손 없는 날, 길일을 택해서 한다. 이혼을 하더라도 챙길 건 챙겨야 하니까 남편이 퇴직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산을 나누고 더 이상 경제력 없는 남편의 시중을 들기 싫다는 잘난 아내,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부모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하겠다며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하는 아내, 더 너그러운 부모는 자녀 결혼 때까지 미룬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이혼 서류를 내민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살다 보면 부부가 싸울 일도 생긴다. 고상하고 품위 있게 참으면 그날부터 암덩어리가 같이 살자고 할 것이다. 싸우고 싶을 땐 싸워야 한다. 고래고래 소리치고 박고 던지며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컴퓨터 채팅으로 화끈하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법원보다 우아한 침대에서 마무리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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