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여행 287

노옹이 한평생 가꿔 물려준 ‘석포 숲’에서 보았다, ‘歲寒(세한)’을 나는 지혜를…

[아무튼, 주말] 위대한 유산과 만나는 경기 용인 묵리 여행 용인 묵리의 겨울 풍경은 수묵화를 닮았다. 먹[墨]의 농담으로만 그려낸 듯한 낮은 채도의 산과 저수지,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인 전원 풍경은 어수선한 마음을 차분히 다독여주기에 충분하다. ‘골프장이 있는 동네’ ‘수도권 전원주택지’ 등 난개발이 붙인 오명을 거르고 보면 묵리 일대는 숭고하고 고귀한 유산들로 가득하다. 묵동(墨洞)이라 불렸다던 묵리의 중심에는 ‘석포 숲’이 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등 2대에 걸쳐 수집한 고서화를 국가에 기증해 화제가 된 손창근(94) 선생이 10년 전 조용히 국가에 기부한 숲이다. 노옹이 한평생 가꿔 후대에 물려주었다는 이 석포 숲의 뒷이야기가 세한도 기증을 계기로 다시금 회자되는 요즘, 문득 숲의..

car2/여행 2022.01.15

“한정식 같은 6000원 백반, 언제든 볼 수 있는 바다… 佛남편, 하루하루가 설렌대요 ”

디자이너 이선혜·바르드 부부 여수 1년살이서 찾은 멋&맛 “하루하루가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바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 바로 갈 수 있는 바다가 코앞이라는 게 여수(麗水) 살이의 가장 좋은 점이지요.” 20년 넘게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이선혜(61)씨는 대중적으로는 ‘쉬우면서도 맛있고 근사한 요리 선생님’으로 더 유명하다. 제삿날 만두 300개를 혼자서 척척 빚는 종갓집 맏며느리였던 어머니 손맛을 이어받았고, 30여 년 전 프랑스 유학 중 만난 건축가 남편 크리스티앙 바르드(Barde)씨와 결혼해 시어머니에게 라타투이, 뵈프(비프) 부르기뇽 같은 프랑스 가정식을 배웠다. 여기에 디자이너의 감각이 담긴 플레이팅까지 더해진 그의 요리책 ‘나의 프랑스식 샐러드’ ‘나의 프랑스식 오븐 요리’, 그리고 서..

car2/여행 2021.11.27

[나홀로 세계일주]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피스테라까지, 0.00km 이정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강물처럼 눈물이… 그곳에서 90㎞를 더 전진하다 이미지 크게보기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오브라도이로광장은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순례자들로 북적거린다. 걷기가 무엇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힘든 길을 나서는 것일까? 니체, 루소, 다윈, 간디 등 유명한 사상가들조차 매일 힘들게 먼 길을 걸었다. 걷는 행위는 어떤 누구의 도움 없이 100% 자신의 힘만으로 하는 운동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나를 돌아보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찾기를 원할 때가 있다. 가장 쉽게 접근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걷기이다. 천 년 이상 수많은 사람들이 사색과 치유의 길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을 선택했다. 그 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ar2/여행 2021.11.22

해외트레킹ㅣ페루 살칸타이]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찾아서

잉카 트레일보다 싸고 난이도 높은 '살칸타이 트레킹'…4,600m까지 올라 고산증 오기도 이미지 크게보기마추픽추 전경. 세계에서 가장 긴 안데스산맥은 남아메리카 대륙 서부에 7,000km에 걸쳐 뻗어 있으며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까지 총 7개국을 통과한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매력을 지닌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 중 하나가 페루의 마추픽추를 지나는 코스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자 ‘잉카문명의 꽃’, ‘잃어버린 공중도시’라 불리는 마추픽추는 모든 세계인들에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고 있다. 대중교통을 타고도 마추픽추로 갈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4~5일 정도 소요되는 트레킹을 선호한다. 페루의 자연을 만끽하며 숨어 있는 비경을 찾아가는..

car2/여행 2021.11.22

[Scene 산티아고] 바위꾼 눈엔 암벽만 보인다더니…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미지 크게보기 암벽등반의 충동 끝이 없을 듯 이어지던 드넓은 나바라 지역의 평원 앞에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길게 이어진 암벽에 시선이 압도당했지요. 암벽등반의 충동이 올라왔습니다. ‘환갑을 지나 암벽등반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 등산학교의 입장이었지만, 편견을 이겨내고 뒤늦게 암벽등반을 시작했습니다. 등반에 빠져 거의 매주 인수봉과 설악산을 오가며 새로운 도전의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당장은 순례 중이지만 늦깎이 바위꾼의 도전의식을 자극하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습니다. 희망사항이지만 다시 순례길을 걸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각양각색의 포도나무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포도밭이 있는 이곳은 동양에서 온 이방인에겐 신기한 풍경입니다. 포..

car2/여행 2021.11.22

[Scene 산티아고] 나그네를 위한 ‘천사의 가게’를 아십니까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미지 크게보기함께하면서 따로 하는 지혜 함께하면서 따로 하는 지혜 혼자 길을 가더라도 목적지가 같고, 겪는 일이 같고, 추구하는 바가 같으니 순례자들은 쉽게 친구가 됩니다. 그러나 함께 걷더라도 항상 함께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생각과 동기와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죠. ‘혼자 가도 함께 가고, 함께 가도 혼자 간다’는 말 그대로입니다. 가끔 함께 걷다가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를 봅니다.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순례를 하노라면 함께하면서도 따로 하는 지혜를 터득하게 됩니다. 네바라 지방에서 찍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마을이 나타났을 때의 반가움 마을이 나타났을 때의 반가움 아침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오래 걸은 뒤의 휴식은 꿀맛입니다. 휴식이 가능한..

car2/여행 2021.11.22

[Scene 산티아고] 헤밍웨이도 이 유채꽃 바다를 걸었다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미지 크게보기 힘든 언덕길에서 만난 유채꽃 옛날 나바라 왕국의 수도이자 현 나바라주의 주도인 팜플로나는 프랑스길의 출발지 ‘생장 피에 드 포’를 떠난 뒤 처음 만나는 대도시입니다. 우리에게는 산 페르민이라는 황소 달리기 축제로 더 유명한 곳이지요. 헤밍웨이가 오래 글을 썼다는 카페도 여전합니다. ‘용서의 언덕’이라는 명소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방금 팜플로나를 지나왔기에 더 지루하고 힘든 시간입니다. 이때 맞이하는 샛노란 유채꽃은 참으로 반갑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즐거운 추억이 떠올라 어느새 발걸음도 가벼워집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넓은 목초지의 외로운 나무 넓은 목초지에 달랑 한 그루 서있는 나무의 그늘이 커 보입니다.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는 눈요기나 피사체에 지..

car2/여행 2021.11.22

[Scene 산티아고] 神의 손길 같은 아침 햇살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미지 크게보기시골 마을의 아침 시골 마을의 아침 몇 가구 되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에 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여기 저기 집들이 흩어져 있는 우리와는 달리 순례길의 마을은 일정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외딴 집이라곤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순례길 마을의 특징입니다. 주거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넓은 초원과 언덕 이곳저곳에 햇빛이 들 때면 평온하고 아늑한 느낌이 넘쳐납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 오래 오래 머물고 싶어집니다. 갈리시아 지방입니다. 이미지 크게보기독특한 곡물 저장고 독특한 곡물 저장고 비가 많은 갈리시아 지방에는 ‘오레오Horreo’라는 독특한 양식의 곡물 저장고가 자주 보입니다. 돌..

car2/여행 2021.11.22

[Scene 산티아고] 숨은 기적 찾기

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미지 크게보기순례자를 위한 ‘여왕의 다리’ 순례자를 위한 ‘여왕의 다리’ ‘여왕의 다리 마을’의 그 유명한 ‘여왕의 다리’입니다. 강을 건너다가 잘못 되는 경우가 많았던 예전엔 순례자를 위한 다리 건설이 최고의 자선이었답니다. 이 다리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다리의 경당에 모셔진 성모자상에 작은 새가 매일 찾아와 부리로 강물을 떠와서 성모님과 아기 예수의 얼굴을 씻고 날개로 닦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은 새의 동정녀’라고 불리는 성모자상은 지금도 다리 옆 성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순례길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사연이 깃든 곳이 여럿 있습니다. 나바레 지방. 이미지 크게보기‘철 십자가’ 앞에서 드리는 기도 ‘철 십자가’ 앞에서 드리는 기도 ‘철 십자가’입니다...

car2/여행 2021.11.22

선암사엔 무지개 닮은 다리, 송광사엔 ‘얼짱 사천왕상’이··· 만추에 그들은 山寺로 갔다.

[아무튼, 주말]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펴낸 탁현규와 떠나는 산사 여행. 산사(山寺)에 가면 방향을 잃곤 했다. 어떤 절은 일주문으로 들어서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경내가 나오기도 했고, 경내에 발을 들여도 대웅전 앞마당까지만 ‘휘리릭’ 둘러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사천왕상 아래 서면 고압적인 각도에 괜스레 주눅이 들었고, 대웅전 불상 뒤 탱화는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우리 절을 마치 ‘불교 테마파크’처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가 있다. 인문서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지식서재)를 펴낸 전 간송미술문화재단 학예연구사이자 작가 탁현규(49)씨다. 우리 옛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스타 강사이자 재치 있는 작품 해설로 주목받기도 한 주인공. 그와 함께 만추(晩秋)의 산..

car2/여행 202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