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서)
지리산에서 남부군과 빨치산이 오랜 시간을 항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리산이 가진 자애로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200m의 높은 능선 길에 사시사철 펑펑 샘솟아 오르는 샘물이 풍부하여 식수 없이 산행하여도 지친 등산객을 늘 안심시켜 주고 어느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도 그 기슭에는 삶의 터가 자리잡고 있어 지리산처럼 자애로운 산은 없는 것이다
지리산의 이야기는 밤새워 이야기해도 끝이 없다. 그 만큼 지리산은 경외로운 산이며 한반도의 모든 기운이 이곳 남녘 땅 끝에 굳게 응집되어 이 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음을 이 곳을 걸을 때마다 느끼곤 한다
오는 도중 장터목산장과 세석산장을 잠시 둘려보고 옛 가야국의 터전을 이루었던 낙남정맥의 분기점인 영신봉을 거쳐 정오쯤 벽소령산장에 도착하여 버너를 피워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하며 7시간만에 모처럼 긴 휴식을 하면서 오늘 일정을 생각해 본다
2시간 조금 못 가면 연하천산장이 있어 그 곳에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여야 정상이지만 오후 3시경 산행을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고 노고단산장까지는 빠르게 운행해도 6시간정도 걸려 노고단까지는 무리인 듯 싶었다
혼자 산행을 하게되면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다른 사정은 살펴보지 않고 몸 컨디션만 감안하면 되므로 언제나 홀가분하여 산행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단독산행을 선호하게 되고 끝내는 외톨이 산꾼이 되어 이런 산꾼을 독립군이라 한다
에라, 모르겠다. 골치 아프게 생각할 것 없이 연하천에 도착하여 다시 생각하자 하고 연하천에 도착하였으나 피곤하기는커녕 몸 상태가 너무 좋아 내친김에 노고단까지 당일로 끝내버리기로 작정하고 연하천산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 구입하여 마시고 잰걸음으로 노고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리종주능선에서 가장 낮은 지점이 화개재다. 이곳 화개재를 넘나들며 경남 하동의 화개 주민과 전북 남원의 뱀사골 주민이 오래 전부터 왕래를 하였던 곳이라 양쪽으로 통하는 오래된 산길이 있으나 화개방향으로는 오르내리는 등산객이 없어 이제는 희미한 흔적만 옛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종주산행에서 가장 싫은 구간은 내리막구간이다.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백두대간을 걸으며 지금도 끔찍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내리막구간이다
토끼봉에서 화개재로 내려온 만큼 다시 삼도봉을 향해 수백 개의 지긋지긋한 나무계단을 올라야 삼도봉이고, 이 곳 삼도봉을 오르고 나면 나머지 노고단까지는 평지와 다름없어 콧노래 부르며 만세를 부르는 구간이다
삼도봉이란 3도의 꼭지점이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으로 백두대간에는 3곳의 삼도봉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이 곳 지리산 삼도봉이고 이 곳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가 한 점에서 만나고 있어 그 꼭지점에 삼각뿔을 세워두고 있고 3도가 손가락 끝에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지점에서 남으로 뻗은 능선이 하나 있고 이 능선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이 능선은 전라도 쪽으로는 피아골을 빗어내고 경상도 쪽으로는 화개천을 만들고 능선 끝자락은 섬진강과 만나며 섬진강과 만나는 그 지점이 바로 영호남의 화해의 상징인 화개면의 화개장터다
삼도봉에서 노고단까지는 평지 길이라 속보로 걸으며 2시간만에 노고단산장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18시 50분였다
당초 이틀로 예상했던 백두대간의 지리종주구간을 13시간 50분의 강행군을 하며 당일로 모두 마무리하고 내일 새벽에 다시 먼길을 떠날 생각으로 저녁준비를 일찍 끝내고 꿈나라로 골아 떨어졌다
...................
이른 새벽에 일어나 빈 몸으로 노고단정상을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오르기 시작했다
노고단의 정상은 종주능선에서 500m정도 떨어 저 있으나 원래는 노고단정상이 주능선이나 노고단아래 산장이 있어 산장에서 노고단정상을 거치지 않고 지리종주를 시작하고 노고단정상은 자연휴식년제로 수년간 묶여 있어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라 평소에는 오를 수 없어 요령 것 들키지 않고 올라야 한다
지금 노고단정상을 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노고단정상이 백두대간길이라 이 곳을 올라야 했고, 또 하나는 지리산의 10경 중 하나인 노고단 운무는 이른 새벽에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 칠 수 없었고, 노고단정상에서 지리의 장엄한 힘을 가장 많이 느끼곤 하였다
평소에 노고단에서 바라본 지리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저 멀리 천왕봉이 까마득하게 보이고 반대편 만복대쪽 산줄기는 앞으로 가야 할 백두대간의 힘찬 맥이 되어 백두산까지 이어가고 나머지 두 산줄기는 그 사이에 화엄골을 빗어 그 끝자락에 천년고찰인 화엄사를 품고있으며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구례 들녘이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시야가 좋을 때는 저 멀리 광주 무등산이 아스라이 보이기도 한 곳이다
걸림이 없고 막힘이 없다는 것이 이처럼 시원시원하고 후련한 것인지를 이 곳에서 바라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곳이며 우리가 바라는 모든 삶도 이런 삶을 소망하며 살아 갈 것이다
이른 새벽이라 이런 절경을 감상하고픈 모든 욕심을 다 버리고 이 시간 이 곳에서 잠시 상념에 젖어 본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지만 구름바다가 빗어낸 절경은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장으로 돌아와 아침과 점심도시락을 준비하고 7시경 배낭을 둘러메고 성삼재로 내려와 만복대를 거쳐 본격적인 북상루트를 타고 덕유산을 1차 목표로 삼아 길 찾기를 시작해야 했고, 오늘 운행할 구간은 노고단에서 남원의 여원재까지 도상거리 20km로 대략 10시간을 예상하고 있다
성삼재는 남원과 구례 천은사를 연결하는 지리산 관통도로가 지나는 고개마루로 이 곳까지 차로 올라와 많은 인파가 노고단을 찾아오기 때문에 노고단이 황폐화되어 노고단정상은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이 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모두들 화엄사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노고단을 올라와야 했다. 이 도로가 개통된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간 듯 하니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해 모든 것이 이렇게 다 변해 버린 것이다.
만복대를 오르는 일반등산로는 산수유로 유명한 구례군 산동면의 상위마을에서 들머리를 잡아 올라오지만 백두대간 길을 통해 만복대를 오르기 위해서는 성삼재 도로를 건너 출입금지 안내문을 무시하고 철조망을 뛰어넘어 올라야 했다
병풍처럼 길게 늘어진 지리주능선의 참모습을 옆에서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곳이 만복대다.
주능선의 삼도봉에서 이 곳 만복대까지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선을 걸어 왔지만 이 곳 만복대 부터는 북으로 방향을 틀어 전라남도와는 작별을 고하고 전북의 땅을 밟아가며 본격적인 북상루트를 따라 덕유산을 향해 진행해야 한다
지리 주능선은 이정표가 잘 되어있고 외길 등산로 따라 무조건 진행하면 되었지만 이제부터는 지도와 나침반에 의존하며 공비가 되어야 한다
백두대간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국립지리원에서 발간한 1/50,000 지형도가 24장이 필요하고 도면에 백두대간 루트를 현광펜으로 정확히 줄을 그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해야 하는데 도면에 루트를 긋기가 어려운 지점이 4-5곳 되며 그 중의 한 곳이 오늘 진행하는 구간이다.
IMF이후에 자주 사용한 용어 중 하나가 로드맵(road map)이다. 이 뜻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전부터 이를 실행에 옮겼던 사람들은 바로 백두대간을 찾아 나섰던 산꾼들이다. 도면에 운행할 루트를 정확히 줄을 긋지 못하면 그 산행은 실패로 돌아가므로 산행에 앞서 정확한 로드맵의 설정이 무엇보다 우선였고 그 로드맵에 따라 한치의 실수도 없이 그대로 운행해야 했다
이제부터는 첩첩산중에서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어 믿을 곳은 지도와 나침반이 전부며 그동안 산행에서 터득한 모든 지식과 동물적인 감각만이 나를 지켜주고 목적지로 인도해 줄 것이다
만복대를 거쳐 정령치휴게소(성삼재로 이어진 지리산 관통도로에 있음) 앞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고리봉을 올라 고리봉에서 주 등산로를 버리고 좌측의 숨은 능선을 찾아내는 것이 이 구간의 일차 관문이다
6월말의 초여름이지만 강한 비바람이 불고 깊은 산골이라 기후가 급랭하여 추워서 더 이상 진행하기가 힘들어 휴게소에 들려 어묵국물 한 사발에 소주 한 병을 주문하여 반병만 마시려고 했으나 소주 맛이 너무 좋아 한 병을 다 비우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고리봉을 향해 피박을 쓸망정 이제 무조건 고(go)다
1차관문인 고리봉에 올라와 도면과 비교하며 진행할 각도를 잡았으나 가야할 능선과 등로는 보이지 않고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동부능선길만 선명할 뿐이다
개척당시 모두들 이 곳에서 능선을 찾지 못하여 여러 루트를 통해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였지만 그 길들은 모두들 끝내 물을 건너 진정한 백두대간 길이 아니었다
도면에 그어놓은 좌측방향으로 선답자의 희미한 흔적을 찾아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지만 자꾸 의심이 들어 몇 번씩 도면을 보며 현위치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숲을 헤치고 나아가니 반가운 능선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북 남원시 이백면과 운봉읍의 경계선을 밟아가며 수정봉을 넘어 남원시에서 운봉읍을 거쳐 경남 함양과 연결되는 24번 국도와 조우하게 되었고 조우한 이 지점이 남원시 운봉읍의 초입인 여원재고 오늘 산행은 계획대로 이 곳에서 10시간의 산행을 모두 마무리하고 내일 또 다시 가야할 대간 길을 준비해야 했다
ⓒ 곰배령
지리산에서 남부군과 빨치산이 오랜 시간을 항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리산이 가진 자애로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200m의 높은 능선 길에 사시사철 펑펑 샘솟아 오르는 샘물이 풍부하여 식수 없이 산행하여도 지친 등산객을 늘 안심시켜 주고 어느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도 그 기슭에는 삶의 터가 자리잡고 있어 지리산처럼 자애로운 산은 없는 것이다
지리산의 이야기는 밤새워 이야기해도 끝이 없다. 그 만큼 지리산은 경외로운 산이며 한반도의 모든 기운이 이곳 남녘 땅 끝에 굳게 응집되어 이 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음을 이 곳을 걸을 때마다 느끼곤 한다
오는 도중 장터목산장과 세석산장을 잠시 둘려보고 옛 가야국의 터전을 이루었던 낙남정맥의 분기점인 영신봉을 거쳐 정오쯤 벽소령산장에 도착하여 버너를 피워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하며 7시간만에 모처럼 긴 휴식을 하면서 오늘 일정을 생각해 본다
2시간 조금 못 가면 연하천산장이 있어 그 곳에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여야 정상이지만 오후 3시경 산행을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고 노고단산장까지는 빠르게 운행해도 6시간정도 걸려 노고단까지는 무리인 듯 싶었다
혼자 산행을 하게되면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다른 사정은 살펴보지 않고 몸 컨디션만 감안하면 되므로 언제나 홀가분하여 산행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단독산행을 선호하게 되고 끝내는 외톨이 산꾼이 되어 이런 산꾼을 독립군이라 한다
에라, 모르겠다. 골치 아프게 생각할 것 없이 연하천에 도착하여 다시 생각하자 하고 연하천에 도착하였으나 피곤하기는커녕 몸 상태가 너무 좋아 내친김에 노고단까지 당일로 끝내버리기로 작정하고 연하천산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 구입하여 마시고 잰걸음으로 노고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리종주능선에서 가장 낮은 지점이 화개재다. 이곳 화개재를 넘나들며 경남 하동의 화개 주민과 전북 남원의 뱀사골 주민이 오래 전부터 왕래를 하였던 곳이라 양쪽으로 통하는 오래된 산길이 있으나 화개방향으로는 오르내리는 등산객이 없어 이제는 희미한 흔적만 옛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종주산행에서 가장 싫은 구간은 내리막구간이다.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백두대간을 걸으며 지금도 끔찍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내리막구간이다
토끼봉에서 화개재로 내려온 만큼 다시 삼도봉을 향해 수백 개의 지긋지긋한 나무계단을 올라야 삼도봉이고, 이 곳 삼도봉을 오르고 나면 나머지 노고단까지는 평지와 다름없어 콧노래 부르며 만세를 부르는 구간이다
삼도봉이란 3도의 꼭지점이 한 곳에서 만나는 지점으로 백두대간에는 3곳의 삼도봉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이 곳 지리산 삼도봉이고 이 곳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가 한 점에서 만나고 있어 그 꼭지점에 삼각뿔을 세워두고 있고 3도가 손가락 끝에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지점에서 남으로 뻗은 능선이 하나 있고 이 능선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이 능선은 전라도 쪽으로는 피아골을 빗어내고 경상도 쪽으로는 화개천을 만들고 능선 끝자락은 섬진강과 만나며 섬진강과 만나는 그 지점이 바로 영호남의 화해의 상징인 화개면의 화개장터다
삼도봉에서 노고단까지는 평지 길이라 속보로 걸으며 2시간만에 노고단산장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18시 50분였다
당초 이틀로 예상했던 백두대간의 지리종주구간을 13시간 50분의 강행군을 하며 당일로 모두 마무리하고 내일 새벽에 다시 먼길을 떠날 생각으로 저녁준비를 일찍 끝내고 꿈나라로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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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일어나 빈 몸으로 노고단정상을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오르기 시작했다
노고단의 정상은 종주능선에서 500m정도 떨어 저 있으나 원래는 노고단정상이 주능선이나 노고단아래 산장이 있어 산장에서 노고단정상을 거치지 않고 지리종주를 시작하고 노고단정상은 자연휴식년제로 수년간 묶여 있어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라 평소에는 오를 수 없어 요령 것 들키지 않고 올라야 한다
지금 노고단정상을 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노고단정상이 백두대간길이라 이 곳을 올라야 했고, 또 하나는 지리산의 10경 중 하나인 노고단 운무는 이른 새벽에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 칠 수 없었고, 노고단정상에서 지리의 장엄한 힘을 가장 많이 느끼곤 하였다
평소에 노고단에서 바라본 지리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저 멀리 천왕봉이 까마득하게 보이고 반대편 만복대쪽 산줄기는 앞으로 가야 할 백두대간의 힘찬 맥이 되어 백두산까지 이어가고 나머지 두 산줄기는 그 사이에 화엄골을 빗어 그 끝자락에 천년고찰인 화엄사를 품고있으며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구례 들녘이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시야가 좋을 때는 저 멀리 광주 무등산이 아스라이 보이기도 한 곳이다
걸림이 없고 막힘이 없다는 것이 이처럼 시원시원하고 후련한 것인지를 이 곳에서 바라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곳이며 우리가 바라는 모든 삶도 이런 삶을 소망하며 살아 갈 것이다
이른 새벽이라 이런 절경을 감상하고픈 모든 욕심을 다 버리고 이 시간 이 곳에서 잠시 상념에 젖어 본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지만 구름바다가 빗어낸 절경은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산장으로 돌아와 아침과 점심도시락을 준비하고 7시경 배낭을 둘러메고 성삼재로 내려와 만복대를 거쳐 본격적인 북상루트를 타고 덕유산을 1차 목표로 삼아 길 찾기를 시작해야 했고, 오늘 운행할 구간은 노고단에서 남원의 여원재까지 도상거리 20km로 대략 10시간을 예상하고 있다
성삼재는 남원과 구례 천은사를 연결하는 지리산 관통도로가 지나는 고개마루로 이 곳까지 차로 올라와 많은 인파가 노고단을 찾아오기 때문에 노고단이 황폐화되어 노고단정상은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이 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모두들 화엄사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노고단을 올라와야 했다. 이 도로가 개통된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간 듯 하니 벌써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해 모든 것이 이렇게 다 변해 버린 것이다.
만복대를 오르는 일반등산로는 산수유로 유명한 구례군 산동면의 상위마을에서 들머리를 잡아 올라오지만 백두대간 길을 통해 만복대를 오르기 위해서는 성삼재 도로를 건너 출입금지 안내문을 무시하고 철조망을 뛰어넘어 올라야 했다
병풍처럼 길게 늘어진 지리주능선의 참모습을 옆에서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곳이 만복대다.
주능선의 삼도봉에서 이 곳 만복대까지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선을 걸어 왔지만 이 곳 만복대 부터는 북으로 방향을 틀어 전라남도와는 작별을 고하고 전북의 땅을 밟아가며 본격적인 북상루트를 따라 덕유산을 향해 진행해야 한다
지리 주능선은 이정표가 잘 되어있고 외길 등산로 따라 무조건 진행하면 되었지만 이제부터는 지도와 나침반에 의존하며 공비가 되어야 한다
백두대간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국립지리원에서 발간한 1/50,000 지형도가 24장이 필요하고 도면에 백두대간 루트를 현광펜으로 정확히 줄을 그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해야 하는데 도면에 루트를 긋기가 어려운 지점이 4-5곳 되며 그 중의 한 곳이 오늘 진행하는 구간이다.
IMF이후에 자주 사용한 용어 중 하나가 로드맵(road map)이다. 이 뜻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전부터 이를 실행에 옮겼던 사람들은 바로 백두대간을 찾아 나섰던 산꾼들이다. 도면에 운행할 루트를 정확히 줄을 긋지 못하면 그 산행은 실패로 돌아가므로 산행에 앞서 정확한 로드맵의 설정이 무엇보다 우선였고 그 로드맵에 따라 한치의 실수도 없이 그대로 운행해야 했다
이제부터는 첩첩산중에서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어 믿을 곳은 지도와 나침반이 전부며 그동안 산행에서 터득한 모든 지식과 동물적인 감각만이 나를 지켜주고 목적지로 인도해 줄 것이다
만복대를 거쳐 정령치휴게소(성삼재로 이어진 지리산 관통도로에 있음) 앞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고리봉을 올라 고리봉에서 주 등산로를 버리고 좌측의 숨은 능선을 찾아내는 것이 이 구간의 일차 관문이다
6월말의 초여름이지만 강한 비바람이 불고 깊은 산골이라 기후가 급랭하여 추워서 더 이상 진행하기가 힘들어 휴게소에 들려 어묵국물 한 사발에 소주 한 병을 주문하여 반병만 마시려고 했으나 소주 맛이 너무 좋아 한 병을 다 비우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고리봉을 향해 피박을 쓸망정 이제 무조건 고(go)다
1차관문인 고리봉에 올라와 도면과 비교하며 진행할 각도를 잡았으나 가야할 능선과 등로는 보이지 않고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동부능선길만 선명할 뿐이다
개척당시 모두들 이 곳에서 능선을 찾지 못하여 여러 루트를 통해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였지만 그 길들은 모두들 끝내 물을 건너 진정한 백두대간 길이 아니었다
도면에 그어놓은 좌측방향으로 선답자의 희미한 흔적을 찾아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지만 자꾸 의심이 들어 몇 번씩 도면을 보며 현위치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숲을 헤치고 나아가니 반가운 능선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북 남원시 이백면과 운봉읍의 경계선을 밟아가며 수정봉을 넘어 남원시에서 운봉읍을 거쳐 경남 함양과 연결되는 24번 국도와 조우하게 되었고 조우한 이 지점이 남원시 운봉읍의 초입인 여원재고 오늘 산행은 계획대로 이 곳에서 10시간의 산행을 모두 마무리하고 내일 또 다시 가야할 대간 길을 준비해야 했다
ⓒ 곰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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