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아주 오랫동안 만나고 있는 딴 여자가 있다는 것도 기가 막힌데, 아이까지 있다면 까무러칠 노릇이다. 한두 번 만난 사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내는 절망한다.
남편의 숨겨진 여자가 나타나고, 남편과 판박이 얼굴의 아이까지 있다면 머리카락 헝클어진 것처럼 인생은 꼬인다. 어쩌다 재수 없게(?) 걸리면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지옥이 따로 없다. 수시로 사랑한다고, 자기 인생에서 최고로 잘한 것은 당신을 만난 거라던 남편이 알고 보니 ‘그 여자의 남자’였던 것이다. 그동안 아내에게 무심했던 이유가 불륜임을 알면 뒷목 잡고 쓰러질 일이다. 그동안 남편은 늘 바빴다. 온갖 거짓말투성이에 행여 들킬세라 안절부절못하고 비윤리적인 삶을 연속해 왔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생활을 유지해온 것은 나름대로 뿌듯함이 있어서일 것이다. ‘첩은 그저 첩일 수밖에 없다’며 애써 무시하지만 상처를 받는 쪽은 본부인이다. 조강지처 자리는 그것을 인정해 주고 지켜주는 남편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시앗, 믿고 살았던 남편에게 첩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까? 도저히 못 봐주겠다고 이혼하자고 덤비거나 박차고 나가버리는 여자, 둘째 부인을 쫓아가 머리채를 잡아채며 본처의 본때를 보여주는 여자도 있지만,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 주느냐고 앙다문 입으로 이를 갈며 첩살이를 하는 여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인생을 사는 게 잘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금침은커녕 추위에 떨며 빈껍데기와 살면서 호적상 누구의 아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내라면 바람 한두 번 안 피운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참고 기다리면 조강지처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는 필요 없다. 그렇다고 부르르 떨면서 당장 헤어지는 게 장땡이라는 것은 아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판도라 상자가 까발려진 뒤부터 아내는 투명인간이 돼 버리고 남편은 대놓고 첩질을 해대는 것이다. 예전에야 한 동네에서 큰집과 작은집을 두고 이리저리 씨앗을 흘리고 다녔다. 웃기는 것은 지아비를 나눠 갖는 사이라서 그런지 여자들끼리 형님, 아우 하면서 사이좋게(?) 지내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외도는 남자만 하는 게 아니다. 여기저기 씨 뿌리는 한심한(?) 남편이 있는가 하면 밖에서 씨를 받아 남편 자식으로 키우는 앙큼한 여자도 있다. 때문에 버젓이 잘 크고 있는 자기 자식을 친자가 아니라고 믿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발가락이 닮았다는 얘기는 애교 수준이다. 자기 핏줄이라면 최소한 얼굴 윤곽이나 이목구비를 닮든지 하다못해 성격이나 걸음걸이라도 엇비슷한 데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고, 아는 사람들조차 아빠, 엄마를 전혀 안 닮았다고 하면 엄청 신경 쓰인다. 남자는 내 아이가 아니라고 의심하고 여자는 맞다고 우기며 싸운다.
요즘은 뱃속에 있는 태아도 임신 15주가 지나면 엄마의 양수에서 얻은 유전자로 친자 확인이 가능하다. 두 구덩이를 파는 남자나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여자나 이쪽저쪽 생각해서 조심해야 한다. 수상쩍다 싶으면 눈에 불을 켜고 싹을 잘라야 한다. 내 남편의 아이는 어디서 자라고 있을까? 내 아내의 아이는 내 아이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