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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디테일의 디자인이 스며든 도시, 오사카 디자인 기행 2

오완선 2018. 4. 5. 05:21



도톤보리는 하천변으로의 접근성을 높여 도심의 개방공간을 확장시킴으로써 상업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지역 경제 활동을 위한 공공디자인 사례를 살펴보기에도 적합하다. 낮은 하천 교량을 통과하도록 설계된 수상버스, 다리 하부공간을 활용한 조명, 물빛에 반사된 기업의 네온사인 등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접근이 적절히 연계된 공간체계를 발견할 수 있다.
도톤보리는 하천변으로의 접근성을 높여 도심의 개방공간을 확장시킴으로써 상업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지역 경제 활동을 위한 공공디자인 사례를 살펴보기에도 적합하다. 낮은 하천 교량을 통과하도록 설계된 수상버스, 다리 하부공간을 활용한 조명, 물빛에 반사된 기업의 네온사인 등 사용자 경험 중심의 접근이 적절히 연계된 공간체계를 발견할 수 있다.

디자인을 살펴보기 위한 도시 여행지로 오사카(大阪, Osaka)는 짧은 시간 대비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 건축계의 거장 중 한 명인 안도 타다오(Ando Tadao)의 초기작품을 비롯해 상당 수 작품이 오사카 주변에 산재해 있다. 또 하천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의 훌륭한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되는 도톤보리천 정비사업을 비롯한 모범적 교과서 같은 각종 하천 정비사업의 결과를 잘 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재생 측면에서 쓰레기처리장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한 마이시마 쓰레기소각장 역시 전 세계인이 방문하는 이 도시의 자랑이다. 아울러 박물관 설계 개념에서 경험적 접근의 중요성을 잘 간파한 역사박물관과 주택박물관의 전시기법도 훌륭한 학습대상이다. 또 예로부터 현재까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음식의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는 상업의 요충지로, 새로운 개념의 상업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될지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즉 새로운 상업공간 디자인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도시이다. 심지어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인체계는 읽기편한 런던(legible London)보다 한 단계 직전의 포맷이 무엇이었는지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형 네온사인 ‘글리코(glico)’는 기업의 사인이지만 오사카 도톤보리 지역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인은 오사카에 본사를 둔 식품회사 에자키 글리코(江崎グリコ)가 기업이념인 맛과 건강을 홍보하기 위해 1935년 글리코라고 쓰인 온도계 형태의 탑 상단에 육상선수의 달리는 모습의 33m짜리 글리코 러너(glico runner)를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 1943년 전쟁을 위한 철재 확보 때문에 사라진 글리코 러너는 1955년 포탄 형태의 포물선 기둥에 달리는 사람으로 배치되어 2대 러너로 돌아왔고, 네온사인 아래로는 무대가 설치되었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였던 1963년 3대 러너는 몸에서 분수가 분출되고 물줄기를 12가지 색으로 비추는 기술을 선보였다. 1972년 등장한 4대 러너는 휘어진 육상트랙을 배경삼아 질주하는 느낌을 강조한 생동감 있는 디자인이었고, 가장 최근까지 있었던 5대 러너는 배경에 오사카성과 쓰텐카쿠(通天閣) 등 오사카의 명소가 들어갔다. 2014년 8월 17일 5대 러너는 은퇴했고, 6대 러너는 저전력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형태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대형 네온사인 ‘글리코(glico)’는 기업의 사인이지만 오사카 도톤보리 지역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인은 오사카에 본사를 둔 식품회사 에자키 글리코(江崎グリコ)가 기업이념인 맛과 건강을 홍보하기 위해 1935년 글리코라고 쓰인 온도계 형태의 탑 상단에 육상선수의 달리는 모습의 33m짜리 글리코 러너(glico runner)를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 1943년 전쟁을 위한 철재 확보 때문에 사라진 글리코 러너는 1955년 포탄 형태의 포물선 기둥에 달리는 사람으로 배치되어 2대 러너로 돌아왔고, 네온사인 아래로는 무대가 설치되었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였던 1963년 3대 러너는 몸에서 분수가 분출되고 물줄기를 12가지 색으로 비추는 기술을 선보였다. 1972년 등장한 4대 러너는 휘어진 육상트랙을 배경삼아 질주하는 느낌을 강조한 생동감 있는 디자인이었고, 가장 최근까지 있었던 5대 러너는 배경에 오사카성과 쓰텐카쿠(通天閣) 등 오사카의 명소가 들어갔다. 2014년 8월 17일 5대 러너는 은퇴했고, 6대 러너는 저전력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형태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오사카를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가 반드시 들른다는 도톤보리(道頓堀, Dotonbori)에서는 사용자 중심의 하천 정비가 가져다주는 공간적 변화와 접근성 확대가 도시이미지 변화와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오사카는 일본 제2의 도시로 간사이(関西) 지방의 중심이며 ‘물의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다. 오사카만으로 흐르는 요도가와(淀川)의 하구에 자리한 오사카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와 더불어 상업도시로 번성해 왔고, 과거에 808개의 교량이 있었다고 전해질 만큼 물과 함께 해온 도시이다. 하천 면적이 시내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오사카는 지난 2003년 ‘물의 도시 오사카재생구상’을 내놓은 이후 지속적으로 친수공간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2006년에 도톤보리천 정비사업을 마쳤다. 도톤보리 재생의 핵심은 친수공간과 지역문화 콘텐츠의 세심한 결합에 있다. 너비 30m, 수심 5m 정도의 하천에 폭 8m정도의 나무데크를 조성하고 상류에 수문을 조성해 홍수를 방지토록 함으로써 접근성을 대폭 확대시켰다. 이 결과 정비 전 하천을 등지고 조성된 상업 건축물들의 출구 방향이 하천 방향으로 바뀌어갈 정도로 공간 접근성과 이용성이 증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소규모 보트와 카누뿐 아니라 낮은 다리 밑을 지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원 130명 정도의 저상 유람용 수상버스는 독특한 안락함으로 유람과 주변공간에 보이는 관점이라는 양 측면에서 역동적이며 효과적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축제인 7월의 텐진 마츠리 기간 중 전통 목선의 운행 등 차별적 콘텐츠와 도심의 복잡한 상업공간을 관통하는 새로움은 베네치아와는 또 다른 현대적 물의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2001년에 완공된 마이시마(舞洲) 쓰레기처리소각장은 오사카의 친환경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주요 시설 중 하나이다. 이곳은 2000년 작고한 오스트리아의 화가이며 건축가이고 환경운동가였던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Regentag Dunkelbunt Hundertwasser)의 말기 작품으로, 그가 1991년 오스트리아 빈에 설계한 슈피텔라우(Spittelau) 쓰레기소각장의 일본 버전인 셈이다. 쓰레기소각의 과정을 견학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시설과 공존하는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기본적으로 흥미롭지만, 디자인 관점에서 본다면 훈데르트바서와 같은 자유분방한 생태예술가의 작품이 일본적 조형과 결합되면서 어떻게 세부 디테일이 변화되는지를 비교할 수 있어 매우 재미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다분히 이 소각장의 외형과 실내디자인은 정제되어 있다. 전체적 이미지는 자유로움을 표방했지만 세부 시공 디테일은 너무나 치밀하고, 특히 흐트러짐이 없는 모서리 처리는 일본적 조형의 치밀함과 공교한 조형적 특성이 명백히 반영된 결과이다.

최근 들어 쓰레기소각장 등 소위 환경 관련 주민혐오시설들을 개선하면서 외형을 보다 친자연적 또는 예술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아마도 더럽거나 악취 나는 장소라는 선입견을 바꾸기 위한 현실적 필요와 정책입안의 발상 전환이라는 행정의 창의적 진보를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시각적 전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이시마 쓰레기소각장은 하루 9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재활용에너지, 즉 따뜻한 물과 전기를 생산한다. 공장의 전기와 조명 역시 자체 생산한 전기로 가동하고 여분은 전기회사에 판매해 연간 90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 소각장의 탐방코스를 돌다보면 소각장을 둘러싼 정원이 훌륭히 잘 가꾸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나무가 15,000그루나 심겼고, 소각장 외부의 동화 같은 분위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의 생태학습과 그림그리기 장소로 자주 활용된다(설계자인 훈데르트바서에 관한 글은 2014년 3월호 오스트리아 빈 편에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최근 들어 쓰레기소각장 등 소위 환경 관련 주민혐오시설들을 개선하면서 외형을 보다 친자연적 또는 예술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아마도 더럽거나 악취 나는 장소라는 선입견을 바꾸기 위한 현실적 필요와 정책입안의 발상 전환이라는 행정의 창의적 진보를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시각적 전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이시마 쓰레기소각장은 하루 9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재활용에너지, 즉 따뜻한 물과 전기를 생산한다. 공장의 전기와 조명 역시 자체 생산한 전기로 가동하고 여분은 전기회사에 판매해 연간 90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 소각장의 탐방코스를 돌다보면 소각장을 둘러싼 정원이 훌륭히 잘 가꾸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나무가 15,000그루나 심겼고, 소각장 외부의 동화 같은 분위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의 생태학습과 그림그리기 장소로 자주 활용된다(설계자인 훈데르트바서에 관한 글은 2014년 3월호 오스트리아 빈 편에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어느 도시에나 하나쯤은 있는 시립역사박물관들의 디자인은 대개 그 도시의 과거 유물과 생활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문헌자료 및 고증에 기초한 과거의 공간, 그리고 현재의 도시 이미지 등을 파편화된 이미지로 전달하는 데 머물고 있다. 따라서 대개의 공간 이용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공간을 훑어보며 별 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곤 한다. 오사카역사박물관(大阪歴史博物館)은 그 점에서 공간 이용자들의 경험을 유도하고 이끌어가는 설계가 돋보이는 박물관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