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살펴보기 위한 도시 여행지로 오사카(大阪, Osaka)는 짧은 시간 대비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 건축계의 거장 중 한 명인 안도 타다오(Ando Tadao)의 초기작품을 비롯해 상당 수 작품이 오사카 주변에 산재해 있다. 또 하천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의 훌륭한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되는 도톤보리천 정비사업을 비롯한 모범적 교과서 같은 각종 하천 정비사업의 결과를 잘 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재생 측면에서 쓰레기처리장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한 마이시마 쓰레기소각장 역시 전 세계인이 방문하는 이 도시의 자랑이다. 아울러 박물관 설계 개념에서 경험적 접근의 중요성을 잘 간파한 역사박물관과 주택박물관의 전시기법도 훌륭한 학습대상이다. 또 예로부터 현재까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음식의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는 상업의 요충지로, 새로운 개념의 상업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될지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즉 새로운 상업공간 디자인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도시이다. 심지어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인체계는 읽기편한 런던(legible London)보다 한 단계 직전의 포맷이 무엇이었는지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사카를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가 반드시 들른다는 도톤보리(道頓堀, Dotonbori)에서는 사용자 중심의 하천 정비가 가져다주는 공간적 변화와 접근성 확대가 도시이미지 변화와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오사카는 일본 제2의 도시로 간사이(関西) 지방의 중심이며 ‘물의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다. 오사카만으로 흐르는 요도가와(淀川)의 하구에 자리한 오사카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와 더불어 상업도시로 번성해 왔고, 과거에 808개의 교량이 있었다고 전해질 만큼 물과 함께 해온 도시이다. 하천 면적이 시내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오사카는 지난 2003년 ‘물의 도시 오사카재생구상’을 내놓은 이후 지속적으로 친수공간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2006년에 도톤보리천 정비사업을 마쳤다. 도톤보리 재생의 핵심은 친수공간과 지역문화 콘텐츠의 세심한 결합에 있다. 너비 30m, 수심 5m 정도의 하천에 폭 8m정도의 나무데크를 조성하고 상류에 수문을 조성해 홍수를 방지토록 함으로써 접근성을 대폭 확대시켰다. 이 결과 정비 전 하천을 등지고 조성된 상업 건축물들의 출구 방향이 하천 방향으로 바뀌어갈 정도로 공간 접근성과 이용성이 증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소규모 보트와 카누뿐 아니라 낮은 다리 밑을 지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원 130명 정도의 저상 유람용 수상버스는 독특한 안락함으로 유람과 주변공간에 보이는 관점이라는 양 측면에서 역동적이며 효과적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축제인 7월의 텐진 마츠리 기간 중 전통 목선의 운행 등 차별적 콘텐츠와 도심의 복잡한 상업공간을 관통하는 새로움은 베네치아와는 또 다른 현대적 물의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2001년에 완공된 마이시마(舞洲) 쓰레기처리소각장은 오사카의 친환경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주요 시설 중 하나이다. 이곳은 2000년 작고한 오스트리아의 화가이며 건축가이고 환경운동가였던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Regentag Dunkelbunt Hundertwasser)의 말기 작품으로, 그가 1991년 오스트리아 빈에 설계한 슈피텔라우(Spittelau) 쓰레기소각장의 일본 버전인 셈이다. 쓰레기소각의 과정을 견학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시설과 공존하는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기본적으로 흥미롭지만, 디자인 관점에서 본다면 훈데르트바서와 같은 자유분방한 생태예술가의 작품이 일본적 조형과 결합되면서 어떻게 세부 디테일이 변화되는지를 비교할 수 있어 매우 재미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다분히 이 소각장의 외형과 실내디자인은 정제되어 있다. 전체적 이미지는 자유로움을 표방했지만 세부 시공 디테일은 너무나 치밀하고, 특히 흐트러짐이 없는 모서리 처리는 일본적 조형의 치밀함과 공교한 조형적 특성이 명백히 반영된 결과이다.
어느 도시에나 하나쯤은 있는 시립역사박물관들의 디자인은 대개 그 도시의 과거 유물과 생활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문헌자료 및 고증에 기초한 과거의 공간, 그리고 현재의 도시 이미지 등을 파편화된 이미지로 전달하는 데 머물고 있다. 따라서 대개의 공간 이용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공간을 훑어보며 별 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곤 한다. 오사카역사박물관(大阪歴史博物館)은 그 점에서 공간 이용자들의 경험을 유도하고 이끌어가는 설계가 돋보이는 박물관이다.